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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트럼프는 왜 전쟁을 끝내려 할까? 끝낼 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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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쿠라호베에서 남성 한 명이 러시아군 공습으로 뼈대만 남은 건물 앞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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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미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푸틴과의 통화에서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유럽에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1일 이 보도에 대해 “완전한 허구”라며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의 접촉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한겨레 11월12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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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당선된 지 벌써 1주일이 다 되잖아? 트럼프가 전쟁을 끝내겠다는 말은 특유의 허풍이 아니야?



A. 하하, 특유의 과장법이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에 회의적인 것은 분명해. 그는 지난 6일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뒤 연설에서 대통령 재직 때인 “4년 동안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를 패퇴시키는 것 외에는 전쟁하지 않았다”며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트럼프가 대외 정책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하는 주요 지점이어서, 아마 취임 전후로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여.





Q. 그런데, 트럼프는 어떻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다는 거지?



A. 그는 지난 9월10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토론에서 “이 전쟁을 끝내고, 협상하는 것이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만 말하는 등 구체안을 말한 적은 없어. 하지만 트럼프 주변에서는 올해 봄부터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 왔어.



그 방안들의 공통분모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 전선에서 동결하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거야. 사실상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장기간 배제하는 대신에 우크라이나에는 향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막을 무장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거야.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 트럼프의 측근 3명의 말을 인용한 한 방안은 우크라이나가 적어도 20년 동안은 나토에 가입 못 하는 대신에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할 무기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거야. 이 계획에 따라, 현 전선은 동결되고, 양쪽은 800마일(약 1280㎞) 전선의 양쪽을 비무장지대화 하자고 제안했어.



트럼프 쪽에서 이 전쟁에 가장 회의적인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9월 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최종적 합의는 “러시아가 다시 침공 못 하도록 매우 요새화된 비무장지대”라고 말했어. 트럼프 전 행정부 때 국가안보회의 위원이던 케이스 켈로그 등이 지난 5월 트럼프에 보고한 종전안도 비슷해. 현 전선에서 전투를 동결하고 협상하는데, 우크라이나가 응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끊자고 했어. 우크라이나는 점령당한 영토의 회복권을 주장할 수 있으나, 실제로 회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나토 가입도 당분간 포기하라는 거야.





Q. 결국,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와 나토 가입을 포기하라는 거네? 우크라이나가 이 조건을 수용해도, 향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나?



A.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수용하기 힘들지만, 현재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할 전망이 희박한 것이 군사적 현실이야.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2014년에 합병한 크림반도 회복까지 주장하는 것은 극히 비현실적이나,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측면도 있지.



문제는 우크라이나보다는 유럽 쪽이야. 트럼프 쪽은 우크라이나는 유럽 문제라는 입장이야. 트럼프 쪽의 방안대로 비무장지대가 설치된다면, 관리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야. 미국이 분담금을 내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서 안 된다고 하네. 트럼프 인수팀의 한 관리는 “우리가 훈련 등 다른 지원을 할 수 있으나, 무기는 유럽 쪽이 제공해야 한다”며 “우리는 여기에 돈을 내지 않겠다. 폴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어. 종전이 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겠다는 거지. 비무장지대 설치와 유럽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거지.





Q. 어쨌든 협상과 종전의 전망은 있는 거야?



A.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적어도 주의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어. 트럼프도 당선 직후인 지난 7일 푸틴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책을 곧” 논의하는 추가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0일 러시아 국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최소한 평화에 관해 얘기하고 있고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열망도 보이지 않는다”며 “긍정적 신호”라고 화답했어.



그런데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0일 상대 영토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벌였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트럼프 취임 전에 유리한 협상 고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여. 러시아도 트럼프 쪽이 주장하는 현 전선에서 동결에 대비해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자국 영토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해야 할 필요가 크지.



문제는 유럽 쪽이야. 트럼프 쪽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더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나, 전쟁은 미국 쪽의 책임도 있다는 입장이야. 독일이나 프랑스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와 적극적인 타협을 모색했지만, 미국 쪽이 타협을 거부했어. 그런 미국이 지금 와서는 종전을 압박하고, 종전 이후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니 유럽으로서는 황당하지. 아무튼,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종전을 밀어붙이려고 지원 중단을 압박하면, 유럽 차원에서 전쟁을 지원할 동력과 자원은 없는 것이 현실이야.





Q. 가자 전쟁 등 중동 분쟁은 어찌 되는 거야? 트럼프는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인데….



A. 트럼프는 가자 전쟁 휴전을 거부하고 중동분쟁을 확산하는 이스라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우호적인 발언을 해왔어. 트럼프는 선거 유세 때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어.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3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가자 폭격과 관련해 이스라엘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많은 지지를 잃고 있다.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고 일갈하고, 지난 10월에는 이스라엘이 꿈꾸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배제하는 발언도 했어. 트럼프는 당선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의 휴전을 거부하고, 중동전쟁을 확산하는 게 좋을 리가 없지. 특히,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아랍계 유권자 중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쥐여주며 휴전을 마지못해 종용하는 민주당 행정부의 위선에 분노해, 미시간 등에서 트럼프를 지지해 그의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어.



네타냐후도 바이든 행정부의 휴전 종용에 저항하면서, 지금까지 전쟁을 지속한 것도 새로운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협상을 겨냥한 측면도 있었어.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휴전이라는 선물을 주고는, 향후 중동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만들려는 속셈이 아닐 수 없지. 자신을 적극 지지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휴전 이후 가자 접경을 축소하고, 이스라엘 정착민을 보내고,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여.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팔레스타인이나 이란에는 최대한 압력을 가한다는 자신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가자 전쟁 등을 종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해.





Q. 그런데, 트럼프는 왜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하는 등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에 회의적인 거야?



A. 바이든 행정부와의 차별화가 좋은 소재이잖아.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중하류층 백인 등도 미국 정부가 자신들을 돌보지 않고, 해외에 돈을 뿌리며 전쟁이나 한다고 염증을 느끼고 있어. 이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은 동맹이나 다른 나라를 안보를 책임지지 않고, 당사자들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략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대결이 급선무이니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 미국의 개입을 중단하고, 그 자원을 중국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거야.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안보 분야에서 중용될 로버트 오브라이언, 엘브리지 콜비 등이 이런 대중국 대결 중시 주의자들이지.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기용이 배제됐다고 하네. 이는 미국의 대외개입 유지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전통적 세력들이 배제된다는 의미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트럼프의 발 빼기를 막을 세력이 차기 행정부에서 별로 없다는 얘기이지.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끝내겠다는 말을 실천할 수 있을지, 그런 트럼프의 약속이 미국과 세계를 어떻게 바꿀지 지켜보자고.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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