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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지구 반대편, 거울처럼 닮은 역사...‘좋은 빛, 좋은 공기’[MK’S 무비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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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끈질기다. 날카로우면서도 둥글고 섬뜩하면서도 뭉클하다. 묘하게 역설적이기도 하다. 현재에서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임흥순 감독의 묵직한 질문이 담긴, ‘좋은 빛, 좋은 공기’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 신군부 세력의 같은 학살을 겪은 광주와 부에노스아레스에서 일어난 국가 폭력의 기억을 복원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두 도시에서 일어났던 고통스러운 역사를 통해, 진정한 반성과 재해석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비추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닮은 이름처럼 놀랄 만큼 닮은 학살의 고통. 작품 속에는 아직도 아픈 역사 속 시대를 겪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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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법의인류학자, 고고학자들의 과학적인 작업을 따라 비밀수용소, 유골, 여러 증거물들의 오브제를 통해 당시 생활을 재구성한다.

남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광주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라지고 있는 항쟁의 흔적을 복원하라고 투쟁한다. 강제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77년부터 시작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니들의 5월 광장 침묵 행진은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된다.

감독은 이를 통해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은 이제 시대를 넘어 우리 다음 세대에 전달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진다.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로 향해, 분명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에 주목하면서도 이와 대치되는 폭력, 학살 등을 역설적으로 시각화 했고, 보색 대비로 생존자들의 심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각종 다채로운 기법과 자신 만의 언어로 결국 두 도시의 연결된 상처와 아픔의 역사를 하나의 영상 언어로 완성해냈다.

영화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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