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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美 의회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韓 국회서 법 고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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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 문제 삼은 이례적인 청문회 이어 내정간섭 발언

文정부 향한 고강도 비판 속 "한반도 특수성 고려" 주장도

뉴스1

미국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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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미 의회가 동맹인 한국의 법안을 청문회에 상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국에서는 '내정간섭'이라는 반발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톰 랜토스 인권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20분 동안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과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당)이 화상으로 주최했다.

증인으로는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고든 창 변호사,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전수미 변호사까지 총 6명이 자리했다.

스미스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성경·BTS(방탄소년단) 풍선 금지법'으로 명명했다면서 해당 법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서 후퇴했다"며 "2500만명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자유와 건강, 복지를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의 비확산, 남북관계에서의 신뢰 구축 시도 등은 실수"라고 말했다.

맥거번 의원은 한국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의 수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 국회가 그 법을 고치길 바란다"며 "법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이점"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계 영 김 하원의원(공화당)도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가운데 이번 청문회가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친구인 한국과 미국은 서로를 책임지게 해야 하며 서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상호 양보에 응할 의도가 없으며 표현의 자유를 침묵시키고 불필요한 양보를 하면서까지 (북한의) 나쁜 행동을 보상해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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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대표. 2016.4.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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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된 증인들의 증언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은 물론 한국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이인호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개입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지지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거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는 김정은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 창 변호사 또한 한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개념이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중요한 목표가 남북한의 통일이라는 점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위태롭게 된 배경"이라며 "(국민들의) 권리는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통일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체포돼 구금된 가족 3명과 자매 2명 등 탈북민 5명에 대해 문 대통령이 6개월 이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존 시프턴 국장은 현 한국 정부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을 의식한 듯 톤을 낮추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어느 한 당을 지지하지 않는 전혀 당파적이지 않은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시카 리 연구원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특수한 한반도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며 "이 문제를 불필요하게 정치화하는 논평은 분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수미 변호사는 대북전단이 불필요하게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독재자의 최후'라는 대북전단지 내용을 읽으며 "대북전단이 전달하는 공격적인 메시지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미국이 다양한 탈북자 집단과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전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대북전단지와 함께 동봉되는 의료용 마스크와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을 보여주면서 "(대북단체들은) 이런 것들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위협을 가하는 것은 북한"이라며 "(대북단체들은) 단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미스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화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대북전단 관련 청문회가 향후 추가로 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는 마지막 청문회가 아니라 시작일 것"이라며 "(추가 청문회에 대한) 날짜를 발표할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후속조치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청문회에 대해 한국 통일부가 '톰 랜토스 인권위는 입법권한이 없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나는 입법권한을 가진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원회 간사로, 여러 인권 관련 법안을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에둘러 불편한 감정을 전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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