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이 슨 기억관·빛바랜 리본들만 흘러가버린 7년 시간 대변
가족 단위 추모객들도 꾸준…“그때만 생각하면 가슴 미어져”
세월호 7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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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정승현 기자] 세월호 7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9시께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진도 팽목항의 시간은 멈춘 듯 했다. 여전히 이곳은 2014년 4월 16일이었다.
굳이 바뀐 것을 찾아보자면 빛바랜 노란리본, 녹슨 컨테이너 ‘기억관’, 비포장 도로였던 인근 도로에 아스팔트가 깔린 것이었다.
기억관에서는 여전히 단원고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추모객들이 붙인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수십장의 메모, 사진 등도 그대로였다.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려서인지 흐린 날씨에 거센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이곳의 분위기는 더 무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만난 김호진(53·대전광역시)씨는 한동안 단원고 아이들의 이름과 생전의 사진을 엮어 만든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을 다 보고 돌아서는 김씨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해부터 매년 이곳을 찾고 있는데 올 때마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매년 눈에 띄게 추모객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가슴아픈 이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고 말하며 시선을 먼 바다로 돌렸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빛바랜 노란 리본 사이로 새 리본을 달기도 하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모했다. 어떤 이들은 흐르는 눈물을 남몰래 훔치기도 했다.
거센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휘날려 불편할 법도 하지만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바람을 모두 맞으며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진도실업고등학교와 진도서초등학교 학생들도 이곳에서 한동안 추모를 하고 돌아갔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홀로 이곳을 찾은 추모객, 백발이 성한 어르신 등 추모 발길은 이어졌다.
6살, 4살 아들 둘을 데리고 온 김지훈씨는 아이들에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해주면서 방명록 옆에 있는 노란 리본을 들어 나무에 걸었다.
세월호 7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우재군의 아버지 고영환씨가 추모 온 진도실업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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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줄곧 이곳을 지키고 있는 단원고 2학년 8반 우재군의 아버지 고영환씨도 오늘도 역시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씨는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진실규명이다”며 “책임자들은 줄줄이 면죄부를 받고 있는데 죽은 내 자식들의 원통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전남 목포 신외항에도 시민들의 애도물결은 이어졌다.
시민들은 길목마다 게시된 추모 현수막과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을 보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추모했다.
일부 시민들은 전시된 당시 사진들을 보면서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신외항 울타리에 부착된 빛바랜 리본들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줬다.
김승유(39)씨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채 올해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이 안타깝고 원통하다”며 “세월호 침몰은 앞으로도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서는 안 되는 참사다”고 말했다.
세월호 10주기가 되는 오는 2024년부터는 현재 선체가 거치된 신외항에서 1.3㎞ 떨어진 고하도 매립지로 옮겨져 영구보존될 예정이다.
세월호 7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전남 목포시 신외항에 빛바랜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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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
호남취재본부 정승현 기자 koei3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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