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르포]"아들아, 엄마도 곧 따라갈게"…눈물의 세월호 선상추모식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김지현 기자] "아들아, 엄마도 곧 따라갈게 조금만 기다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해역. 그곳엔 유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가족들을 반기는 건 침몰장소를 알리는 '세월호'라고 적힌 부표뿐이었다. 7년 전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은 손에 국화꽃을 든 채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고, 일렁이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노란 부표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주저앉은 가족도

머니투데이

세월호 사고해역에 띄워진 노란 부표를 바라보고 있는 유가족 /사진=김지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7주기인 이날 전남 진도군 조도면 사고해역 인근에선 선상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유가족 22명을 포함한 4.16재단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59명은 오전 7시10분쯤 목포해경전용부두에서 3015함에 올랐다. 출발한지 3시간 만에 부두로부터 약 52마일(96km) 떨어진 사고해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선실 밖으로 나왔다.

3000톤급 해경 경비함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흰색 장갑을 끼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가족들은 헬기 이착륙 갑판에 섰다.

올해 추도사를 맡은 이호진군의 아버지이자 이용기 0416 단원고 가족협의회 대변인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벌써 일곱 해가 됐다"며 "오늘은 침몰하던 날과 요일도 같고, 날씨도 비슷해 목이 메지 않을 수 없다"고 소회했다. 나란히 서서 추도사를 듣는 유가족들의 표정엔 슬픔이 어려 있었다.

10시30분.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들리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일제히 묵념을 했다. 묵념이 끝난 뒤엔 하얀 국화꽃을 부표가 띄워져 있는 곳으로 던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일부 유가족들은 난간에 기대 아들과 딸의 이름을 불렀고, 주저앉아 오열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휴지를 건네주거나 등을 토닥이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1반 고혜인, 김민지… 2반 강수정 강우영…." 올해는 250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도 있었다. 10시30분에 맞춰 추모식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4.16재단 측은 "해당 시각이 세월호가 완전히 바다에 잠긴 시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16재단이 나서기 전인 2019년까지는 유가족들과 지인들이 모여 어선을 빌려 선상추모식을 진행해야만 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엔 사비를 털어 빌린 배로 추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꽃다운 나이에 가버린 딸"…딸의 생일에 제사상을 차렸다

머니투데이

구명조끼를 입고 선상추모식에 참여한 유가족과 시민들 /사진=김지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아라양의 아버지인 김응대씨(59)는 4월만 되면 몸과 마음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김씨는 "더 살아야할 꽃다운 나이에 가버린 게 부모로써 너무 큰 짐이 돼버렸다"며"사람들이 이제는 세월호 잊을 때도 좀 됐다고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괴롭다"고 털어놨다. 유가족들 중에 아직도 사회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박영배씨(59)는 지금도 꿈에 딸 지윤양이 나온다. 박씨는 "최근엔 아이가 놀다 자꾸 위험한 곳으로 가려고해 말렸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꿈을 꿨다"며 "아직도 아이가 기억 속에 많이 있다. 해줄 말이라고는 사랑한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세월호로 외손녀를 잃었다는 장모씨 역시 "아이가 꿈에라도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보는 자리에서 하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며 "내년에는 아이들을 온전히 추모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화양의 아버지 김형기씨(56)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4월은 해화양의 생일이 있는 달이자 하늘나라로 간 달이기도 하다. 김씨는 "26일이 딸의 생일"이라며 "2014년엔 생일날 제사상을 차려야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침몰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갑갑할 따름"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유가족의 지인인 권석씨(59)는 "조카나 딸 같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떠난 게 가슴이 아파 왔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참사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전남)=김지현 기자 flo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