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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투데이 窓]라파엘 나달의 은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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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테니스 마니아인 나에게 지난 11월20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메이저 단식 테니스 대회 22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클레이코트인 프랑스오픈에서 14회 우승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은퇴 경기를 한 날이었다.

그의 고국 스페인 말라가에서는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2024년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강전이 열렸고, 11월20일에 열렸던 네덜란드 판더잔츠휠프 선수와의 단식경기가 나달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나달은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단식에서 29승 2패를 기록했는데, 2004년 데뷔전에서 패한 후 29연승을 달리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패배를 기록하며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000년대 초, 스무살도 채 안된 나달 선수가 민소매 상의를 입은 근육질 몸매로 멋있는 위닝 샷(Winning Shot)과 함께 힘차게 주먹을 허공에 날리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우렁찬 함성으로 화답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벌써 38세가 되었고, 얼굴에도 세월의 무게와 피로가 자리잡았다. 최근 수년간 고관절과 발다닥 등 여러 부위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묵묵히 자신이 사랑하는 테니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끈기와 집념의 스포츠맨 그 자체였다.

스페인의 다비드 페레르(David Ferrer) 감독은 나달의 몸 상태로는 이번 대회 8강전 단식경기에서 나달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달을 경기에 출전시켰다. 두 세트 모두 4대6, 4대6으로 나달이 패했고, 그 결과 스페인은 홈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8강에서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내가 만약 스페인 감독이었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모국에서 벌어지는 국가대항전에서 우승을 꿈꾸지 않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레르 감독은 자신과의 전적에서 26승 6패라는 성적으로 본인에게 많은 좌절을 안겨준 나달을 단식경기에 출전시켰다. 자신이 감독을 맡고 있는 국가대표팀의 우승보다 지난 20년간 스페인의 자랑이었던 라파엘 나달 선수의 고별 무대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을까? 사려 깊고, 낭만적인 사람들이다.

경기 후 나달은 "나는 꿈을 좇는 아이였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며 "타이틀, 우승 횟수, 이런 것보다는 그저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에서 온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박한 은퇴 소감을 전했다.

나달 선수는 은퇴 소감처럼 메이저 우승 횟수보다 자신의 신념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톱3선수 중 한 번도 테니스 라켓을 부수지 않은 선수는 나달뿐이다. 나달의 삼촌이자 코치인 토니 나달은 나달에게 "라켓을 부수게 되면 다시는 안 볼 거다"라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라켓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달을 롤모델로 여기고 닮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교육은 이런 게 아닐까?

나달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로저 페더러는 "나달의 멋진 커리어는 전 세계 테니스계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칭송했고, 노박 조코비치 역시 "나달의 힘과 끈기는 연구할 가치가 있다. 그와 라이벌이라고 불린 것은 영광"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빅3' 테니스 시대가 저물어 간다. 발레리나 같이 우아하고 품위 있는 로저 페더러는 2년 전에, 끈기와 집념의 테니스맨 라파엘 나달까지 올해 은퇴하면, 냉철한 멘탈의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 최다 우승자인 노박 조코비치만이 현역으로 남는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들이 보여준 최선을 다하는 경쟁과 동지애는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은퇴 여부에 상관없이 계속 좋은 모습으로 분열과 전쟁으로 힘들어 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해주었으면 좋겠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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