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등 13개국 소매금융(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철수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인수를 통해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하며 소매금융을 시작한 지 17년 만이다.
금융당국은 씨티그룹 방침과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방식에 따라 승인 필요 여부를 검토하고 향후 소비자보호 방안 등의 조치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
◇ 소매금융 참패, 수익나는 기업금융 특화 전략으로 선회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씨티그룹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바레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이다.
씨티그룹은 이들 지역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홍콩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런던 등 4개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익이 나는 기업금융 부문으로 투자 및 자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3개국의 소매금융 사업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장기적 수익개선을 위해 사업을 단순화하고 경쟁력을 집중하기 위함이다.
단 기업금융 부문인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번 기회로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 사업을 재편·강화할 것"이라며 기업금융 사업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 기업, 개인·소매금융 부문 순이익 변화/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씨티그룹이 이 같은 결정은 내린 이유는 실적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전년(1878억원) 대비 32.8% 감소했다. 2018년(3074억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특히 개인·소매금융 부문 축소 영향이 컸다. 개인·소매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매년 순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8년과 비교하면 80%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금융은 2018년 2045억원, 2019년 2190억원, 2020년 1459억원으로 코로나19 영향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자손익은 개인·소액금융 부문이 기업금융 대비 4배가량 높지만 일반관리비, 이자비용 손실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기업금융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씨티은행의 1분기 기업금융(IB) 매출은 19억7000만달러로 추정대비 300만달러를 상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년 대비 46% 급증한 규모다.
더욱이 한국 시장의 경우 저금리와 비대면 전환에 따른 인터넷은행 및 빅테크와의 경쟁, 이익공유제, 배당축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규제와 맞물려 소매금융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씨티은행 개요/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소비자보호, 고용안정 등 과제
소매금융 철수가 공식화되자 금융당국도 소비자피해 등을 우려해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은 사업재편 방안 확정 시까지 기존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향후 진행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보호 방안 등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부문 철수방식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룹 결정에 따라 금융당국의 승인 필요 여부도 갈릴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사업재편의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사회와 고객, 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 수립 후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매금융 철수방법에 따라 당국 승인 여부는 갈릴 수 있다"라며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해 영업을 양수도 하거나 지점으로 전환하는 경우 당국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내부 사업조정을 할 경우 소비자피해 가능성 등을 따져 승인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씨티그룹 본사의 글로벌 전략 발표 후 개별 국가별로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면 이에 따른 적용규정이나 조치들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영업 중단 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3500명으로 이중 소매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직원은 939명에 달한다. 국내 점포 43개 가운데 소매금융 점포는 36곳으로 대규모 점포 축소도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후 진행 상황을 통해 소비자불편을 최소화하고 고용 안정, 고객데이터 보호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