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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리뷰] 회전의자로 보는 가상 현실 같은 연극 '자이툰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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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연극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2021.04.1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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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 위에 회전 위자 20여개가 있다. 무대를 대각선으로 가로 질러 길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고, 그 길 양 측에 10여개씩 무리 지어 놓여 있다.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을 비롯 공연장 전체를 배우들의 동선으로 사용한 이 연극에서 관객은 이 회전의자에 앉아 원하는 방향으로 360도 몸을 돌려 관람하게 한다.

국립극단의 신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코로나19 시대 '젊은 연극인들의 상상력'이 어떻게 객석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임지민 연출은 이미 지난 2019년 '제40회 서울 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집에 사는 몬스터'로 이 같은 관람 방식의 효율성을 입증한 바 있다. 4면의 무대와 4면의 객석으로 구성됐던 '집에 사는 몬스터'의 관객은 자기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을 마음대로 선택했다.

이번에도 임 연출이 같은 방식을 택한 건, 원작에 대한 존중과 코로나19 환경 때문이다. 연극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소수자를 대상화하지 않은 일상적이고 담담한 시선과 유머러스하고 리드미컬한 문장력으로 2018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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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2021.04.1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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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각자의 자리에서 원작과 성소수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그 존재로 바라보게 해준다. 우리에 편입시키는 대신 그들의 영역을 인정해준다.

연극 속에서 이성애자 감독이 만든 동성애 영화 속 동성애자들은 항상 울거나 약에 취해 있다. 반면, 게이 감독이 만든 영화 속 동성애자들은 발랄하게 사랑한다. 그런데 이성애자들이 그 게이 감독에게 동성애자들을 밝게 그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며 오히려 힐난하다. 그들을 '보통의 존재'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원작은 군에서 성소수자를 색출해 구속한 'A대위 사건'을 계기로 쓰여졌다. 한 육군 대위가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군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불명예제대 한 사건이다.

연극은 자이툰 부대에서 처음 만난 현대 무용가 왕샤와 '나'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해서 진행된다. 주인공 '나'는 게이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만 혹평을 듣고 영화판에서 밀려난다.

왕샤 또한 현대무용에 매진하지만 결국 자신이 연기한 작품의 제목처럼 세상의 작은 점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에 멈춰있다. 뚜렷한 성공도 처절한 실패도 없는 이들의 평범한 삶의 이야기는 덤덤한 삶의 모습 속에서 끝내 사라지지 않는 청춘의 생기로 펄떡거린다.

공연은 이들의 생기를 360도로 쫓게 만든다. 흡사 360도 가상 현실(VR) 같은 기분도 드는데, 연극의 가능성은 화면 너머가 아닌 이 현실 세계 안에 안착해 있다는 걸 연극은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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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2021.04.1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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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이라고, 무조건 버티고 버텨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슬픔은 비천하지 않다. 보통의 존재로서 그들을 가까이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연극과 회전의자의 힘이다.

살아 생전 항상 밝은 에너지가 넘쳤던 혼성그룹 '쿨' 출신 가수 유채영(1973~2014)이 소설과 연극에서 주요 모티브로 활용한다. 그녀의 대표곡 '이모션'이 내내 흐른다. "아쉬울 만큼만 꼭 달아나는 그런 게 바로 다 사랑인 걸"이라고 노래하는 곡이다. 이성애자든, 성소수자든 누구나 똑같이 사랑에 아쉬하고 그걸 쫓아간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셋업 202'의 하나다. 5월1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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