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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전주 지역 청소 노동자들은 왜 시청 앞에 다시 천막을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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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해제한 지 500여일 만에 '직접고용' 요구하며 재차 농성

"불성실한 협상 태도 문제" vs "용역 추진 중에 천막 농성"

연합뉴스

전주시청 앞 농성 천막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19일 전북 전주시청 앞에서 민간위탁 청소 노동자들이 행정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2021.4.19 jaya@yna.co.kr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전주 지역 민간위탁 청소 노동자들이 시청 앞에서 다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2019년 9월 농성을 푼 지 500여일 만에 같은 장소에 천막을 펼쳤다.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공공영역에 속하는 청소 노동자를 행정이 직접 고용해달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깊이 있게 고민해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쉽게 풀릴 것 같던 갈등의 실타래가 뒤엉킨 속사정과 노동자·행정의 입장을 균형 있게 들어봤다.

◇ "앞으로 대화하자며 뒤로는 꼼수만"

19일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 노동조합에 따르면 청소 노동자 천막 농성은 이날로 아흐레째를 맞았다.

노조는 1년여 만에 재차 농성에 나선 배경으로 전주시의 불성실한 직접고용 협상 태도를 꼽았다.

2019년 천막농성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청소행정 민간위탁 범시민 연석회의' 개최를 통한 직접고용을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나 연석회의가 열렸지만, 직접고용과 관련해 진전된 사항은 거의 없었다는 게 노조의 이야기다.

되레 시는 회의에 불참하거나 일정을 일방적으로 미루며 노조의 대화 의지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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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민간위탁 폐지하라'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19일 전북 전주시청 앞에 민간위탁 청소 노동자들이 내건 행정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걸개 등이 걸려 있다. 2021.4.19 jaya@yna.co.kr



지루한 협상이 거듭되는 동안 조합원 6명은 노조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위탁업체로부터 해고당하는 등 징계를 받아야만 했다.

현재 전주 지역 청소 노동자 640명 중 213명만 직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나머지 427명은 민간위탁 업체에 속해 있다.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과 가로 청소 등 같은 일을 하고도 급여와 고용안정 등 처우 면에서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노조는 이제라도 불평등한 청소 행정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천막농성에 나선 노조 관계자는 "행정의 직접고용 의지를 믿고 천막을 걷었는데 앞으로는 대화하자고 해놓고 뒤로는 꼼수만 부렸다"며 "이전처럼 거짓말에 속아 농성을 해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협상에 최선…갑작스러운 농성에 당황"

시는 1년여간 진행된 협상 중에 일어난 노조의 천막농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논의를 바탕으로 청소 노동자 직접고용과 민간위탁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려던 와중에 농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연석회의에서 직접고용과 민간위탁의 비용 문제와 효율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를 따져보기 위한 용역을 지난달부터 추진 중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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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 앞 천막 농성장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19일 전북 전주시청 앞에서 민간위탁 청소 노동자들이 행정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2021.4.19 jaya@yna.co.kr



시는 연석회의 등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도 청소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민간위탁 업체를 선정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과 근속연한 적용, 급여 격차 등 다양한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줄곧 직접고용만을 요구하며 제대로 된 청소행정 개선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연석회의를 고의로 미뤘다는 노조의 주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일부 연기된 것이라고 했다.

시는 지금이라도 노조가 농성을 풀고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청 앞에 천막을 펼쳤다"면서 "서로 이해하고 풀어갈 수 있는 사안인데도 당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대화를 중단하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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