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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구 1억미만 아파트 10채 다운계약한 법인…지방 저가주택 실거래 조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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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득세 중과 예외에

지방 1억미만 아파트 들썩

국토부 불법 의심사례 244건 적발

중앙일보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 거래가 급증한 부산진구와 강서구를 포함해 15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거래를 조사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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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거래가 급증한 창원·천안·전주·울산·광주 등에서 탈세나 명의신탁 등 불법으로 의심되는 매매사례 244건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주요 지역 15곳을 대상으로 총 2만5455건의 실거래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지방 비규제지역에서 공시가격 1억 이하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했다. 정부가 그해 8월부터 다주택자·법인의 취득세율을 8~12%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시행했고, 예외조항으로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은 중과세율 적용을 제외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부산의 경우 1989년에 지어진 부산진구 당감동 주공3단지가 지난해 10월 거래량 1위를 기록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세금을 피해 공시가 1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자금이 몰리는 규제 풍선효과다. 이처럼 지방 비규제지역에서 저가 아파트가 마구 거래되면서 시세를 끌어올렸다. 서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상과열 현상에 대해 실거래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기획조사 결과 불법 의심 사례 244건 중 법인을 활용한 편법·불법사례가 약 30%(73건)에 달했다. 법인이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면서 계약일이나 거래가격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외지인이 법인 명의를 이용해 저가주택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임대개발업 A 법인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가량 대구 달서구 소재의 아파트 10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총 실거래 금액이 8억원인데 6억9000만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썼다. 국토부 측은 “가격 허위신고 및 취득세·양도세 탈세 의심으로 지자체와 국세청에 통보해 관련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B 씨는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창원 성산구 소재 아파트 6가구를 약 6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거래금액은 모두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에 이체한 뒤 법인 명의로 계약해 명의신탁 의심 사례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또 60대의 한 여성은 울산 남구의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거래금 3억5000만원 중 보증금 9000만원을 제외한 2억6000만원을 사위로부터 차입해 편법증여 의혹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국세청에 통보해 세법상 적정이자(4.6%)를 지급했는지 등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7일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 출범시켰다. 기존 임시조직이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국토부 토지정책관 소속 3개 팀(23명)으로 정규조직화했다. 국세청·금융위·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 파견된 전문인력도 6명에서 13명으로 늘려 전문성을 강화했다. 국토부는 “기획단 내에서 실거래 조사와 수사를 병행할 경우 권한집중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직제 개편을 통해 범죄수사 기능은 배제하고 시장 동향 모니터링·분석 및 실거래 조사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기획단은 지난 2월부터 시세 조작 목적을 신고가 허위신고 후 취소한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사례에 대해 기획조사를 하고 있다. ‘자전거래’ 등 범죄혐의가 확인되면 관할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정승현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장은 “그간 주택 거래를 위주로 실시하던 실거래 조사를 토지 거래까지 확대하겠다”며 “외지인의 투기성 매수 등 토지 이상 거래에 대한 신고내용의 적정성 및 자금조달과정의 투명성도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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