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리모델링 들썩이며 대형 건설사도 잰걸음… "실제 추진 쉽지는 않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책·소유주·건설사 이해관계 맞아 리모델링 관심 커져
집값 급등기에 '상승재료'로 활용되는 측면 있고
분담금 문제로 성공 사례 적다는 점 명심해야

최근 3년 새 손바뀜이 잦은 곳, 소유주들이 젊은 곳, 준공된 지 15년 이상인 곳, 굳이 하나 더 하면 중소형 주택이 많은 곳.

요즘 건설업계 영업팀은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를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골조는 두고 새로 건물을 만드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에 아예 손 놓고 있을 수 없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면서 "특히 1기 신도시를 감안하면 시공실적도 쌓아야 해서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가 부서로 격상했고, 대상지 리스트를 만들고 접점을 찾는 등 영업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5단지 아파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주택 정비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상승기에 발맞춰 소유주들이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데다, 정부가 리모델링 정비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도래했다는 점도 리모델링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다. 새 먹거리 창출이 급한 건설사들도 수주 확대를 위해 속속 리모델링 대상지와 접촉에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의 결과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우선 재건축보다 분담금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조합원 동의가 쉽지 않다. 실제 사업 성공사례도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아파트값을 올리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면서 "리모델링 추진 소식만 믿고 새 아파트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집을 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 "우리도 리모델링 한다"…연이어 들리는 리모델링 추진·착공 소식

리모델링 방식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19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업지는 지난해 12월 54개에서 3월 기준 61개로 늘었다. 시장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실제 착공을 알리는 단지도 있다. 서울 송파구는 지난 12일 오금 아남 리모델링 사업의 착공신고서를 수리하고 착공 신고필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2012년 주택법 개정 이후 세대 수 증가형 리모델링으로는 처음 착공하는 단지다. 이 아파트는 기존 299가구에서 328가구 단지로 탈바꿈한다. 시공은 쌍용건설이 맡는다.

건설사들도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우건설은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용인 수지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 대우건설은 쌍용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입찰에도 참여했다. 대우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건 12년 만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도시정비사업실에 ‘리모델링사업팀’을 신설했다.

지난 3월 서울 행당동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정하는 수주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초대형사들이 컨소시엄까지 구성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곳은 1차 시공사 선정 당시 단독 입찰로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리모델링이 되면 이 아파트는 현재 1707가구에서 1963가구로 늘어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로 재편했고, 올해 초에는 리모델링 사업 중 주택 설계와 수주 영업 파트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인력을 강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 등은 리모델링만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상황이다.

◇ 3박자 맞자 건설업계 달구는 리모델링

리모델링 정비사업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는 것은 3박자(주택 소유주·건설사·정책)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재건축을 하기 애매한 아파트를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해 자산 재평가에 나서겠다는 소유주들이 늘었다.

최근 3~4년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재건축 아파트가 뒤따라 오르는 일이 반복됐다. 재건축 아파트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곧 신축 아파트로 변신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준공 연한을 다 채우지 못했거나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낮은 아파트들은 가격 상승세에 소외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단지 중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곳이 느는 상황이다. 반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축 아파트 소유주들이 자산 가격 재평가를 위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나선다"면서 "아크로리버파크 앞에 있는 반포푸르지오도 리모델링을 추진한 이후 호가가 오르면서 거래가격 차이를 크게 좁혔다"고 했다. 지난 1월 반포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는 20억8500만원(1층)이었다. 이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 33억원(10층·한강 조망권 없음)의 63% 수준이다.

정책이 아파트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규제를 풀기 어려운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리모델링은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규정으로도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도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을 받으면 된다. 또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 등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허용 기준이 낮아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젠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리모델링을 도시 정비 관점에서 준비할 때가 됐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 전문가들 "리모델링 성공 사례 없고 호가만 올릴 수도"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소문만 믿고 급격히 오른 아파트를 무턱대고 구매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호가가 갑자기 높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리모델링 성공 사례는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리모델링의 경우 사업을 통해 늘어나는 주택 수가 많지 않아 분담금이 재건축보다 많다는 점이다. 정비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조합 추정치보다 1.5~2배가량 분담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담금이 크면 리모델링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에 50대 이상 소유주가 많을 경우에는 리모델링 추진을 하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계산하고 있다"면서 "30~40대 소유주는 소득 수준이 일정 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은퇴 시기 소유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건설사가 젊은 소유주 비율이 높은 아파트 단지를 찾는 이유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의 소유주 70%는 중간에 시세차익을 보고 나온다"면서 "남아있는 30%로서는 리모델링이 안 되는 경우 그만큼 자산이 묶이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단기간에 신축 아파트로 변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수년째 오르면서 리모델링이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상승재료’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카카오톡이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들썩거리면서 추진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별다른 작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