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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운전자 없이 달리다 사망사고 난 테슬라… '완전 자율주행' 명칭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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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반자율주행 기능 작동시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이나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같은 용어를 사용해 운전자들을 오도(誤導)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모델S 사고에선 운전석에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비즈

테슬라 모델S가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나무와 충돌해 전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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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북부에서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나무와 충돌해 남성 2명이 사망했다. 모델S는 고속도로 주행중 굽은 길에서 속도 제어에 실패했고, 충돌 직후 불길에 휩싸였다. 화재를 진압하기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사고 차량에서는 앞쪽 조수석에 1명, 뒷좌석에 1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테슬라 차량이 운전자 없이 오토파일럿을 켜놓은 상태로 주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BC 등 외신들은 아무도 운전석에 앉지 않거나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졸고있는 동영상이 테슬라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곤 한다고 전했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가 운전석에 없거나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으면 경고음을 울리는데 사용자들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꼼수를 찾고 있다. 운전석에 무거운 것을 두고 안전 벨트를 채운다든지, 스티어링휠 경고음을 울리지 않게 하는 불법 장치를 장착하는 식이다. 해당 제품은 15만원대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논란이 됐으나 미국에선 2018년부터, 국내에선 작년부터 판매가 금지 됐다.

경찰의 추정대로 모델S가 운전자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면, 운전자는 주행을 시작한 후 오토파일럿을 켜고 이같은 방법을 이용해 조수석이나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차량에 전원 버튼이 없다는 점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나 포르쉐,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에는 전원 버튼이 있으나, 테슬라의 경우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기어를 D 또는 P로 변경하면 전원이 켜지고 꺼지는 방식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무모했던 점도 있지만, 전원 버튼이 있었더라면 비상시 차량 전원을 차단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오토파일럿이라는 기능에 대해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기능으로 알고 있어 사고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명칭 자체가 차량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토파일럿과 FSD는 이름과는 다르게 운전자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 오토파일럿은 운행과 차선 변경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이고, 여기에 자동 주차와 목적지 경로 설정, 고속도로 진·출입, 시내 도로에서 교통신호등 인식 기능 등이 포함되면 자율주행기능(FSD)이라고 부른다. 테슬라도 운전자들에게 ‘오토파일럿 기능을 이용할 때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언제든 직접 운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세계 각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독일 뮌헨 고등법원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허위 광고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소비자에게 기대감을 만드는데 이는 실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토파일럿은 사람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독일에서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국내에서도 위법성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토파일럿을 자율주행이라고 광고하는 것이 표시·광고법 등 현행법에 위반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검토 결과는 올해 안에 발표될 전망이다. 국내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해 "테슬라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마치 자동차가 자율로 운행하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과장 광고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독일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에는 트위터에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항공에서 사용되는 것을 따와 문학적으로 이름지었다"며 "아우토반(Autobahn)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사고가 보도되기 몇시간 전에는 1분기 자체 사고 조사 자료를 인용해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한 테슬라 차량의 사고율이 평균적인 차량보다 10분의 1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 사고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초 테슬라 차량 관련 27건의 사고에 관해 정밀조사에 착수했으며, 이 가운데 23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이 포함된 오토파일럿 패키지는 현재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1만달러(약 1200만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FSD 기능은 2분기 정식 출시를 앞두고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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