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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북전단으로 北인권 개선? 미국의 자기중심적 사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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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참가한 전수미 변호사
"대북전단 적발되면 외부 정보 더 차단돼"
"북한 내 탈북민 색출 작업 벌어진다고"
"청문회 증인들 대부분 현장 목소리 몰라"
한국일보

전수미 변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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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수미 북한 인권 변호사가 "미국에서 '대북전단이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기적인 사랑과 같다"고 비유했다.

전 변호사는 19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 참가 후기를 전했다.

미국 하원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청문회를 개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을 다뤘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전단 등을 살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접경 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켰고,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지난해 6월) 이후 정부·여당이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청문회를 개최한 위원회도 "폐쇄적 독재국가인 북한의 인권 상황이 극도로 형편 없는데도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개최 배경을 밝혔다.

"되레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정보 차단돼"

한국일보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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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사는 그러나 북한 인권 비정부기구(NGO) 활동과 탈북민 법률지원 경험을 근거로 "대북전단 때문에 북한 내에 있는 주민들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며 청문회 개최 취지에 반박했다.

그는 "원래 남한의 물품들, 드라마나 영화를 자유롭게 보고 있다가 (대북전단으로 인해 남한 문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남한과의 접선물로 간주되고, 통제와 감시가 심해진다"며 "대북전단으로 인해 오히려 외부 정보가 차단된다"고 했다.

또한 "대북전단으로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민들의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탈북하면 통상 사망 또는 실종 신고를 하는데, 대북전단이 이슈가 되면서 '거짓 신고를 한 것은 아닌지' 색출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재차 '대북전단은 북한 인권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그건 미국 사람들의 자기중심적인 사랑"이라고 비판했다. 선의를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장 목소리는 모른 채 '표현의 자유'만 주장"

한국일보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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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주 청문회에 참석했던 다른 증인들은 현장의 목소리는 모른 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거나,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킨 문재인 정부만 비판했다"며 "'내가 주제를 잘못 알고 왔나' 생각할 정도로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청문회에는 전 변호사 외 이인호 전 주(駐) 러시아 대사,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존 시프턴 아시아인권옹호국장, 중국·북한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 제시카 리 미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전 변호사는 "전쟁이 나면 우린 끝이다. 우리에게는 삶이 파괴되는 일인데 '접경지역 주민들의 절박함이나 실제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모르니까 저렇게 이야기하는구나'라는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의회나 의회 관계자들이 만나는 탈북민들은 전체 탈북민 3만4,000여 명 중에서도 1%도 안 되는 소수"라며 "그들이 다양한 탈북민의 목소리, 접경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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