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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블랙록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 자제"…韓금융권도 ESG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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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전방위 확산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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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35개 대형 투자사가 27개 글로벌 은행에 투자에 있어 친환경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요청한 배경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 추진이 자리 잡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23일(현지시간) 주최하는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앞서 스가 히데요시 일본 총리와 지난 16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고 기후변화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미·중 갈등이 격심해지고 있는 와중에도 16~17일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를 중국에 보내 양국 갈등과는 별도로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지난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기후변화 문제를 핵심 국가 의제로 삼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목표를 설정한 이후 미국,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도 잇따라 기후변화 정책에 무게를 싣자 투자업체들도 기후변화 문제를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은행이 글로벌 투자에 있어 자본의 주요 문지기 역할을 하며 지구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투자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들에 친환경 목표를 구체화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번 35개 대형 투자사의 요구는 투자자들의 기후변화 정책 관련 초점이 기존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석유·가스 업체들로부터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은행들로 옮겨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많은 은행이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필요한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기후변화에 대한 기관투자가 그룹(Institutional Investors Group on Climate Change·IIGCC)은 지적했다. 스테퍼니 페이퍼 IIGCC 최고경영자(CEO)는 "은행들은 파리 협정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에 시급히 속력을 낼 필요가 있다"며 "파리 협정 이후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젠 대화는 행동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은행에 대한 탈탄소·저탄소 금융 압박은 국내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초 "화석연료로 25%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서한을 KB금융에 보냈다. KB금융은 국내 금융회사들 중에서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모범생으로 평가받는데, 이에 화답하듯 블랙록은 지난달 KB금융 지분을 6.02%까지 늘리며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8년 9월 국내에서는 처음 '기후 관련 재무공시 협의체(TCFD)' 지지선언을 한 신한금융지주도 탈탄소·녹색금융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TCFD는 2015년 12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위임을 받은 금융안정위원회(FSD)가 만든 임시 조직으로 기후 리스크 공시 가이드라인을 2017년 6월 발표했다.

신한금융의 계열사로 6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지난해 9월 국내 종합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TCFD 지지선언에 동참한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투자 기업 242곳에 서신을 보내 구체적인 탄소 배출량 현황과 배출량 감축 목표, 저탄소·친환경 사업 현황 등 정보를 요청했다.

신한운용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수준 이상 ESG 등급을 확보한 기업 비율이 70%가 넘도록 관리할 계획"이라며 "기준에 미달한 기업이 펀드에 포함돼 70% 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기업 주식 일부 또는 전부를 펀드에서 제외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물론 기업들의 관심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신한운용처럼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냐는 점이다. 85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TCFD에 가입할 경우 투자 기업과 자금 운용을 위탁한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친환경·저탄소 투자 확대 압박이 거세지면서 자본시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제관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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