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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명품의 이면…소비자도 환멸 나는 오픈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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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 '리셀러'까지 더해져 수 시간 대기

'대기 줄 너무 길어졌다' 원성에도 매출 ↑

백화점·브랜드로서는 대책 만들기도 난감

"불편하게 사도 그들은 가격 수시로 올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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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안소연 기자 =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있는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 다음날 해당 브랜드가 입점한 주요 백화점에는 오전 출근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이 줄은 일반 소비자들도 있고 일명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리셀러들도 다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리셀러까지 섞여 줄이 더 길어졌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지만, 동시에 웃돈을 얹어 상품을 구했다는 후기도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명품을 사고, 브랜드들은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는 현상이 반복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디올 등 주요 4대 명품의 지난해 국내 매출 합은 2조7239억원으로, 전년보다 13.7%나 성장했다. 명품의 주요 판매처인 면세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 속에서 백화점 매출의 버팀목이 돼 줬던 카테고리도 해외명품이다.

명품 소비 시장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리셀러들에게 웃돈을 주고 상품을 구입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대기줄은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현상으로 명품에 ‘입문’하는 소비자들, 기존에 명품을 즐기던 소비층, 그리고 리셀러까지 합쳐져 더욱 길어진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명품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 커뮤니티에는 ‘플미(프리미엄)를 주고 샀다’는 후기와 ‘백화점 입장 대기 중인데 누가 보더라도 업자인 사람이 너무 많다’ ‘대기 줄이 너무 길어졌다’는 성토의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문제는 해당 브랜드나 백화점 모두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대책을 강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줄 서는 사람들이 모두 리셀러도 아닌데다가, 심증으로는 리셀러인 것 같아도 이들을 가리는 게 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는 과정은 일반 소비자와 다름없기 때문에 딱히 태클을 걸기도 어렵다. 업계에서 “백화점과 브랜드에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당장 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종사자는 “백화점이나 브랜드로서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현상은 특히 아시아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소비에 대한 인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명품 매장이 방법을 강구해야 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명품을 사는 이유와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작 브랜드가 탄생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대기줄이나 오픈런 같은 현상이 드문데,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해당 브랜드를 추종하는 모습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소비자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불편을 겪으면서도 이런 모습을 향유하는 것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언론과 방송 등에서 명품 소비를 조장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줄까지 서가며,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해가며 물건을 사지만 정작 그 브랜드들은 가격을 수시로 올리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왜 우리나라 유통 산업에는 세계에 내세울 만한 명품이 없는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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