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플로이드가 다시 숨을 쉬게 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목 눌러 숨지게 한 경찰 살인죄 유죄

배심원단 만장일치, 최대 징역 75년

시민들 “정의 실현됐다, 위대한 날”

바이든, 유족에 “아빠가 세상 바꿔”

중앙일보

지난해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일 데릭 쇼빈이 유죄 평결을 받자 필로니스 플로이드, 벤 크럼프 변호사, 앨 샤프턴 목사(앞줄 왼쪽부터)가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9분여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백인 경찰관에게 20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전직 경찰관 데릭 쇼빈(45)에 대해 2급 살인(우발적 살인),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3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2급 살인은 최고 40년형, 3급 살인은 최고 25년형, 2급 과실치사는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최대 75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쇼빈에 대한 형량은 판사가 양형 조사 과정을 거쳐 결정한 뒤 8주 후 선고될 예정이다.

재판장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읽어내려가자 쇼빈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다. 마스크를 써 표정은 관찰되지 않았다. 법정 밖에서 시민들은 “정의가 실현됐다”며 환호했고, 차량은 경적을 울려댔다. 이날 평결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중앙일보

데릭 쇼빈에게 경찰이 수갑을 채우는 모습. [AP=연합뉴스]


백인 6명과 함께 흑인 4명을 포함한 다인종 6명 등 12명의 배심원단은 지난 3주간 진행된 재판을 지켜본 뒤 전날부터 이틀간 10시간의 숙의 끝에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플로이드 사건은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과 목격자 등 증거가 많았기 때문에 유죄 평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근무 중 용의자가 숨진 사건에서 경찰관에게 유죄 평결이 나온 선례가 많지 않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평결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이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우리 아빠가 세상을 바꿀 거야’라는 지아나(플로이드의 딸)의 말을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는 “지금은 중대한 변화의 순간이 될 수 있다”면서 경찰 개혁과 구조화된 인종차별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플로이드 유족을 대리한 벤 크럼프 변호사는 성명을 내고 “이번 평결은 미국 역사에서 (부당한) 공권력에 책임을 묻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는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며 “유죄 평결은 기념비적이고 역사적인 일”이라고 감격해 했다. 플로이드의 여자친구 코트니 로스는 “오늘은 세계의 변화를 위한 위대한 날”이라며 “플로이드가 세상을 바꿨고 모두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 한 상점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쇼빈은 플로이드의 양손을 결박하고 도로에 엎드리게 한 뒤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9분 29초간 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엄마”를 부르며 세상을 떠났다.

한 10대 소녀가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경찰 공권력 남용과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촉발했다. BLM 시위는 세계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확대됐다. 이를 계기로 흑인 등 유색인종의 투표 참여가 늘면서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