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왼쪽)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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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애초 이 사건의 문제가 됐던 ‘별장 성접대 의혹’과는 무관한 혐의만 인정됐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이 피해를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피해를 주장했던 여성 중 한 명은 무고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조사단원이었던 박준영 변호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폐단이 남아있는 법조환경에서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만 책임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24일 페이스북에 “여성들은 왜 옳고 그름을 말하지 못했을까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윤씨의 행태는 일종의 ‘패턴’을 보인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여성을 상대로 강압적 성관계를 맺고, 이후 인맥과 경제력을 과시하며 큰 도움을 줄 것처럼 유인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여성들이 윤씨가 놓은 덫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관계가 지속하면 윤씨는 성관계 불법 촬영물로 상대를 협박하고 폭언‧폭행을 일삼거나 때로는 여성에게 수천만 원을 빌려 자신의 영향력 아래 뒀다.
박 변호사는 “몸과 마음을 유린당한 여성들, 그리고 거액의 돈을 빼앗긴 여성에게 있어서 윤씨는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이었다”고 봤다. 이어 “여성들은 본인이 본 피해의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말하고 싶었겠지만 수사관들은 법적 구성 요건과 관련된 진술의 사실 여부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변호사는 또 “윤씨의 주변 인맥은 화려했다. 그는 거짓과 과시로 살아온 사람”이라며 “(여성들은) 사실대로 진술하면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폐단이 남아있는 법조환경에서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만 책임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상조사단 보고서에서 여성들의 피해만 부각한 단원들의 시각이 아쉽다”며 “냉철히 분석해서 사실은 사실대로 평가하고, 왜곡‧과장한 부분은 그 이유 등과 관련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사기 등 혐의를 받은 윤씨에 대해 징역 5년 6개월의 형을 확정했다. 성범죄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공소기각 판단이 유지됐다. 김 전 차관 역시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수수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정 구속됐으나 윤씨에게 13차례 성 접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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