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8~29일 중 유산·상속 내용 발표할 듯
증권가, 삼성전자 주식→삼성물산 증여 관측
상속세 줄지만 오너 일가 직접 지배력 약해져
주요 주식 이재용 부회장 ‘몰아주기’ 가능성 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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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오는 28~29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 내용 및 상속세 납부 계획·절차 등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고 이 회장이 남긴 15조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이 어떤 방식으로 상속 또는 증여될지 주목된다.
25일 KTB투자증권 등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이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4.18%, 가치로는 15조원대 유산을 증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일가는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전체 12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중 6조원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이 부회장 일가가 보유하게 될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희석된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18조9000억원대 주식 유산을 남겼다. 최고 상속세율 50%에 최대주주로서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하고, 자진신고 공제율 3%(실효세율 58.2%)를 적용하면 주식분 상속세는 11조300억원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만 따지면 약 9조500억원이다.
삼성물산이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지분 가치인 15조6000억원을 유증(유언에 의한 무상 증여)받으면 법인세 3조9000억원(세율 25%)을 내야 한다. 이때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지분 17.33%)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5%)도 자신의 지분율만큼 상속세를 내야 한다. 세 사람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각각 1조6000억원과 5000억원씩, 총 2조6000억원이다.
이는 이 부회장 등이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상속받았을 때 내야 하는 상속세 9조여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삼성 일가로선 12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중 상당 부분이 해소되는 셈이다. 삼성물산이 부담해야 하는 법인세를 더해도 2조5000억원 이상 줄어든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간접 지배’ 구조가 된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분구조는 이재용 부회장(17.3%)을 정점으로 삼성물산(19.3%)→삼성생명(8.5%)→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유증받으면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9%대로 늘어난다. 삼성생명(8.51%)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된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도 대비할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8.5%에서 3%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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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일가로선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잃는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이 있다. 매년 삼성전자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배당도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13조원대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삼성 일가는 고 이 회장 7462억원을 포함해 1조원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에 유증이 추진되면 그 규모는 최대 주주가 되지 않는 수준일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그룹의 지주회사가 돼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 추가 확보,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는 이 회장이 유언장에 내용을 명시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현경 세무사는 “별도의 유언장이 없으면 상속인은 민법 규정을 적용받는다”며 “유언이 없는 경우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배우자인 홍라희 여사는 4.5분의 1.5, 자녀 3명은 각 4.5분의 1씩 상속받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상속 관련해서는 유족 발표를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 일가가 이 회장의 유산을 법정 비율대로 분할하기보다는 이 부회장에게 ‘몰아주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흐름상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지분 분배가 핵심”이라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상당 부분을 상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럴 경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나머지 주식과 부동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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