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생긴 균열은 저절로 안 붙어
놔두면 이 뿌리까지 벌어져 빼야
통증 미약할 땐 치료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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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가 없는데 찬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씹을 때 시큰한 통증이 있다면 치아 균열(crack tooth·치아 크랙) 때문일 수 있다. 딱딱한 음식, 뜨겁고 찬 음식을 즐겨 먹거나 한쪽으로 씹는 습관 탓에 치아에 미세한 금이 가거나 깨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보존과 양성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변화나 스트레스로 턱관절 주위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이 치아 균열의 발생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며 “재택근무로 대화하지 않고 홀로 식사하면서 저작력이 강해지고, 스트레스로 인한 이갈이와 이를 꽉 무는 습관 등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치아 균열은 교합력이 많이 작용하는 어금니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자연 치아뿐 아니라 금속 수복물로 넓은 부위를 채워 치료한 경우(인레이)에도 그 주변으로 균열이 잘 발생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균열 위험이 더 커지고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양 교수는 “치아는 수분을 머금고 말랑말랑하게 휘는 습성이 있어 자극이 가해졌을 때 완충 작용을 한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 수분이 줄어들고 피로에 저항하는 능력이 감소해 치아에 균열이 잘 가거나 깨진다”고 말했다.
치아 균열이 생겼을 때 증상은 음식물을 씹었다 떼는 순간에 통증이 주로 있는 것이다. 균열 부위가 벌어졌다 닫히면서 나타나는 통증 양상이다. 치아 안쪽에는 신경·혈관이 있는 치수라는 부위가 있는데 이곳까지 균열이 진행하면 시린이 증상이 나타난다. 차갑거나 뜨거운 온도에 민감하게 자극받는다.
문제는 치아 균열로 인한 통증이 금세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방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치아 균열선에 음식물 알갱이가 닿으면 시큰하다가도 알갱이가 빠지면 통증이 나아진다”며 “이런 신호를 방치하면 균열이 점점 더 벌어져 통증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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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치아 균열 위험 커져
치아 균열로 인한 증상이 있으면 빠르게 진단·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에 생긴 균열은 인체의 다른 뼈와 달리 스스로 다시 붙거나 치유되지 않는다. 또 치아 균열 정도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 양 교수는 “균열 초기엔 틈을 메꿔 주는 간단한 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볼 수 있지만, 균열이 치아 안쪽으로 상당히 진행해 골 소실을 동반하면 치료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며 “염증이 낫지 않고 여전히 통증이 심해 기능 회복이 안 되면서 발치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치아 균열 정도는 보통 치주낭의 깊이로 판단한다. 치주낭은 치아 뿌리와 잇몸이 분리돼 생긴 틈(주머니)을 말한다. 균열이 치아의 머리 부분(치관부)에만 한정돼 있으면 치주낭은 3㎜ 이내로 측정되고 이런 경우 치아 신경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균열이 있어도 간단히 치료된다. 하지만 균열이 치아의 뿌리 부분(치근부)으로 진행하면 치주낭은 4㎜ 이상으로 측정된다. 이땐 치아 신경이 죽는(치수괴사)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치주낭이 깊어져 공간이 생기면 세균이 침투해 골 소실도 빨라진다. 양 교수는 “치아 균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40%가량은 치아 뿌리까지 균열이 진행하고 나서야 내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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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턱관절 근육 긴장 풀어야
평소에는 통증이 없다가 음식을 씹을 때만 시큰거린다면 치아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양 교수는 “연령이 낮을수록 치아 균열이 초기 단계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을 때 빠르게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며 “50대 이상 연령에서는 진행한 형태일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아 균열이 생기거나 악화하는 걸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먼저 음식물을 먹을 때 외엔 힘을 빼고 윗니와 아랫니 사이가 자연스럽게 약간 벌어질 수 있도록 긴장을 푸는 게 좋다. 그래야 평소 턱관절 주위의 근육이 이완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음식을 씹을 때는 한쪽 치아만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질긴 음식이나 얼음 등 딱딱한 음식을 씹어서 치아에 무리를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뜨겁고 차가운 음식을 번갈아 먹는 습관도 좋지 않다. 온도 차이가 크게 나면 치아의 부피가 늘어났다 줄어들면서 얇은 금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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