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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예타, 균형발전 방해” 여야 한마음…與, 예타 완화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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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강조하는 국민의힘, 지역구 사업엔 예타 비판
예타 결과 등급화시키고 의사결정은 정치권에 맡기자
100조 예타 면제 문재인 정부…민주당, 예타 문턱 낮추자
김주영 "PF 예타 면제"ㆍ김두관 "예타 주체 각부처로"
예타 기준 1000억 완화 동의…"생활형 SOC 포함하자"


이투데이

박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이(왼쪽)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관련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관련 공청회에선 균형발전 측면에서 예타가 방해된다는 데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당 차원에선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국민의힘도 개별 의원들은 지역구 발전을 위해 예타에 날을 세우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26건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한 진술인들의 의견과 여야 기재위원들의 질의가 개진됐다.

개정안들은 대체로 예타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사업비 1000억 원으로 예타 기준 완화, 지방·의료기관·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등에 대한 예타 면제, 예타 주체를 현행 기획재정부에서 각 정부부처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옮기는 등이다.

정치권에서 예타를 약화시키려는 이유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예타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타는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을 사전검토해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한다. 현재는 그 구속력이 커져 기재부의 예산 편성에 있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들어야 하는 의원들,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겐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이례적으로 100조 원이 넘는 예타 면제를 할 정도로 대규모 재정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예타 약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을 중시해 현 정부의 대규모 예타 면제와 재정확대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 특히 경제성 평가의 벽에 사업 추진이 어려운 지방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선 지역구 사업을 이뤄내야 해 이날 공청회에선 예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지역구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예타가 국가재정 효율화에 기여한 건 인정하지만 부작용의 결과는 수도권 기득권 강화와 지방 소멸”이라며 “균형발전지수를 넣는 보완 정도로 될 게 아니라 예타를 면제하든지 지역 특수성을 반영토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거제시 지역구 서일준 의원은 “박정희 정부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예타가 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인구 20만 명이 넘는 도시 중 도로·철도·공항 3대 사회간접자본(SOC)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도시가 거제다. 이리 된다면 예타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술인인 박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그렇더라도) 예타를 안 하는 것보다는 해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더 우월한 접근”이라며 “(예타를 통한) 정보 생산과 의사결정을 분리하는 게 탈출구”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용 대비 편익(B/C) 평가 등 정확한 수치를 기준으로 자를 게 아니라 A~C 등급으로 평가하고, 의사결정은 이를 참고해 재정당국과 정치권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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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관련 공청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예타 자체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데 방점을 뒀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PF 사업 예타 면제 필요성에 대해 “해외 금융기관이 대출하기에 사업이 실패해도 대출상환 부담이 발생하지 않고, 때문에 금융기관이 철저한 검증을 해서 예타가 중복규제로 작용한다”며 “예타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 이뤄져서 예타 결과나 예타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시기를 놓쳐 협상을 포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안은 데 대해선 “정부에서 과도하게 실적을 내라 했기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이와 관련해 진술인인 이태경 예일회계법인 전무는 진술에서 “해외 금융기관은 예타가 다 끝나고 확정된 이후에 검증하지, 예타가 안 되면 검증을 안 한다”며 “또 대출금 회수에 포커스를 둬 우리 예타와 목적이 다르다. 공공기관은 개발도상국에 투자를 많이 해 리스크가 많기에 (예타를 통한)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발의한 법안 내용인 예타 주체를 기재부에서 각 부처와 균형발전위로 옮기는 데 대해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균형발전위가 자문기구라 부적절하다는 말이 있는데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는 법안이 나와 있고, (주체 변경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g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진술인인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모든 사업을 각 부처로 분리하는 건 위험성이 있어서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각 부처가 자율적인 예타를 수행하는 근거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또 손의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진술에서 “예타 만든 큰 이유가 부처장은 자기 사업들을 다 통과시켜버리는 것 때문”이라며 “주체를 옮기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진 의원은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 원으로 완화시키는 안에 대해 대상을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전통 SOC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현 정부가 강조하는 생활형 SOC까지 포함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전통 SOC 예타 기준 완화는 네 진술인 모두 동의해서다.

고 의원은 “지자체장들이 치적을 남기려 문화관이나 과학관을 예타를 피해 (현행 기준인) 500억 원 이하 예산으로 만들다 보니 효용성이 떨어지는 SOC 수만 늘어난다”며 “기준 아래로 예산을 자르더라도 1000억 원 미만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 교수는 “일리 있다”고 호응했다.

[이투데이/김윤호 기자(ukno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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