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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전세계 역대급' 삼성 상속세…"해외였다면 절반도 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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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국세청 상속세 3년 합계보다 많아

실효 세율 '60%'…일본 넘어 세계 최고 수준

미국이었다면 7조…호주라면 당장 낼 세금 '0'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삼성가(家) 유족들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로 12조 5천억원 가량을 납부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상속세가 이토록 많은 것은 유산 자체가 워낙 많아서기도 하지만,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만약 미국이었다면 삼성가 유족들이 주식 상속분에 대해 납부해야 할 세금은 7조원대에 불과하며 호주·스웨덴이었다면 당장 낼 세금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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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건희 회장 일가의 2010년 CES2010 참석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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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28일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032830), 삼성전자(005930), 삼성물산(028260) 등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등에 대한 상속세로 12조원 이상을 납부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러한 상속세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했을 당시 유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28억달러(유산 70억달러에 세율 40%), 원화로는 3조4000억원 가량이었다. 삼성가 유족들이 납부하는 상속세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3년(2017~2019년)간 국세청이 거둔 상속세 합계 10조6000억원보다도 많다.

삼성가 유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가 이토록 많은 것은 우선 유산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은 주식과 미술품, 부동산 등을 합해 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삼성 계열사 주식이 19조원 상당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속세율이 유난히 높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상속할 경우 20%의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이 60%까지 오른다. 실효세율로는 일본(55%)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 국가의 경우,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 세율은 △미국 40% △독일 30% △영국 20% 등이다. 캐나다는 16.5%에 불과했고 심지어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한경연이 이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8조2000억원(이건희 회장의 당시 주식 가치)의 상장 주식을 직계비속에게 상속할 경우를 비교한 결과, 한국에서 상속세 10조5900억원을 내는 경우 미국에선 7조3000억원만 납부하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5조5000억원, 영국은 3조6000억 수준이다. 호주, 스웨덴은 상속받은 사람이 주식을 처분할 때 과세하기 때문에 당장 내는 상속세는 없다.

재계에선 이러한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징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와 유지가 어려워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업체였던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였던 유니더스도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도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경제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관련 상속세율을 OECD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와 함께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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