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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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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도 모르는 서울교통공사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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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3실 4처 축소에 248명 감축

자연감소분도 안돼 ‘눈가리고 아웅’

공사 통합 상징 ‘해외사업처’는 사라져

시의원 “급여 지불 유예 등 특단 내려야”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서울시 산하 최대 투자출연기관인 서울교통공사(사장 김상범·이하 공사)가 오는 5월 직제 규정을 정비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다. 통합 4년 차에 적자 누적이 심각한 상황에서 조직개편으로 탈출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로 서울시 수장이 바뀌었고 오세훈 시장의 시정철학에 부응하는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으로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조직개편을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조직개편안은 지난 3월 한창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에서 승인 해 준 것. 1개월도 안돼 새 시장이 올 것을 알고 있는 서울시가 왜 이런 조직개편안을 승인해 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인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이다. 총 정원 중 248명을 줄였고 본사와 현업의 일부 조직은 통폐합해서 숫자를 줄였다. 현행 6본부 9실 46처에서 6본부 6실 42처로 3개의 실과 4개의 처를 축소했고 현업은 1부문, 2원, 6단, 42사업소, 60센터, 8안전관리관에서 1부문, 2원, 1단, 10센터 59사업소로 5개의 단과 50개의 센터, 8안전관리관을 없앴다. 이렇게만 본다면 재정 위기에 빠져있는 공사의 고민이 조직개편에 담겨있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현 정원은 1만 6771명에 달한다. 248명은 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분 수준도 안된다. 조직을 통폐합해서 숫자를 줄였지만 실질적인 업무 내용들이 혁신적으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자유로울 수 없는 큰 규모의 조직에서는 강화되는 것이 당연시 되는 법률 리스크 담당 조직인 법무실은 축소된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기업 경영은 물론 정부조직의 행정 영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가고 있는데 이를 전담해왔던 조직인 IT전략실도 일개부서로 전락시켰다. 전임 사장이 IT기반으로 안전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업무 혁신을 하기 위해 3년 이상을 공들여 쌓아왔던 SCM(Smart Connected Metro) 활동도 이에 따라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통합 공사의 상징적인 조직이었던 해외사업처도 사라졌다. 반면 기획이나 경영지원 같은 스텝 조직은 오히려 비대해 졌다. 현업 조직도 일부 숫자 줄이기를 제외하고는 내용적으로 업무개선이 담겨있는 모습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는 “일부 직위를 잃은 간부를 제외하고 구성원들은 조직개편의 의미조차 모를 것”이라며 “재정위기에 빠진 공사가 정상화 되기 위해 미적분을 해도 모자랄 판에 구조조정을 한 것처럼 산수만 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위한 조직진단 용역은 지난해 이뤄졌고,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났다.

그러나 보궐선거가 예고된 상황에서 김상범사장이 이사회를 개최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승진인사를 단행 하기도 했다.

또다른 공사 관계자는 “올해 적자액이 1조 59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조직개편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난 3월 새시장이 오면 물러나겠다고 했던 김상범 사장이 말을 바꾸고 버티면서 오세훈 시장의 개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사는 최근 서울시 감사에서 김상범 사장에게는 기관장 경고, 전 K 기술본부장에게는 경찰 수사의뢰, L 기계처장은 해임 조치를 하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김상범 사장은 자체감사를 다시 하겠다고 하며 서울시 감사도 재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해임 조치를 받은 L 기계처장은 “김상범 사장이 서울시 감사에 신경 쓸것 없다. 행정 소송을 걸어 시간을 끌면 된다”고 공사 안팎에 이야기 하고 다닌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김상범 사장이 공사를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 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며 “사장부터 도덕적해이가 이렇게 극심한 상황인데 공사가 제대로 돌아갈수 있겠냐”고 했다.

한편 한 민주당 시의회 의원은 “공사 직원들부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공채를 발행해 월급을 주는 것을 중단하고 지불유예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시의원은 “조직장악도 못하고 이권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본부장에게 농락까지 당하면서 공사를 수렁에 빠뜨린 김상범 사장이 왜 물러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상범 사장은 2006년 오세훈 시장 첫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10년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을 맡은뒤 몇개월만에 문책성 인사로 서울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오세훈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후 박원순 캠프 정책을 자문했으며 박원순 시장 당선 직후 서울시 행정 1부시장으로 복귀 2년 7개월간 역임했다. 이후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5년여를 재직하다 지난해 4월 서울교통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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