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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고령자 접종 시작 일본 난리통 “200번 전화해도 예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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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희망자 폭주, 예약사이트 다운

“대신 접수해준다” 신종 사기 등장

‘하루 1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내세우며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본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접종을 예약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터넷과 전화는 먹통이 되고, 답답한 노인들이 주민센터로 몰려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돈을 받고 예약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고령자들의 곤란한 상황을 이용한 사기 사건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0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상 인원은 약 3600만 명이다. 1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10~11일 각 구청의 백신 예약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면서 시스템이 다운되는 일이 빈발했다. 도쿄(東京)도 히가시쿠루메(東久留米)시의 한 남성(70)은 예약을 개시한 오전 9시부터 30차례 이상 구청에 전화했지만 예약하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에 호소했다. 다른 시민은 “200번 정도 전화를 걸었는데도 연결이 안 된다. 너무 심하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오사카(大阪)시 일부 구에선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자를 배려해 구민센터에 예약 창구를 마련했다가 ‘밤샘’을 각오하고 몰려든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창구를 닫았다.

이런 혼란을 틈타 유료로 코로나19 백신 예약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트위터에는 “1000엔(약 1만원)에 백신 예약을 해 준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현재까지 약 200건을 성공시켰다는 업체 측은 지지통신에 “돈은 예약이 끝나면 후불로 받는다. 대부분 자녀분이 부모님을 대신해 신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예약’을 내세운 신종 사기도 속속 적발되고 있다. 후쿠시마(福島)현에 사는 한 80대 노인에게는 지난달 말 ‘일본적십자회’라고 밝힌 단체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코로나 백신 예약이 어려우니 돈을 송금하면 대신해 주겠다”고 했다. 공공단체 이름을 사칭한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앞으로도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정책을 담당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상은 10일 “통화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내번호 등이 적힌 통지서를 손에 들고 전화를 걸어 달라”는 권고를 내놨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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