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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임성근 탄핵 심판 3개월...양측은 아직도 ‘사건 각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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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양측은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 사건을 계속 심리할 수 있느냐 여부를 놓고 지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변호사는 “탄핵 심판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가 애매하다보니 헌법 위반인지를 다투는 본론으로는 넘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그만큼 애초부터 무리한 탄핵 소추였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국회 측 “트럼프처럼 임성근도 여전히 탄핵 가능”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측 대리인단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본안 심리를 헌재가 계속해도 되는 이유를 A4용지 15쪽 분량으로 정리해 헌재에 제출했다. 이 준비서면에서 국회 대리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당한 후 퇴임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상원이 탄핵안 표결을 그대로 진행했던 것처럼 임 전 부장판사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헌재 탄핵 심판은 피청구인을 공직에서 내쫓는 것 뿐만 아니라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미국 헌법은 탄핵 효과로 파면 외에도 공직 재직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어서 퇴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가능했지만 우리 헌법은 파면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반박 서면을 이날 헌재에 제출했다.

◇”피청구인 파면돼도 각하 안 시켜”

한편 헌법재판소법 53조 2항의 해석을 놓고도 양측은 충돌했다. 이 조문에 따르면 피청구인이 탄핵 결정 선고 전 공직에서 파면된 경우 헌재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파면으로 탄핵 대상자가 공직 신분을 상실했을 때 헌재가 ‘각하’가 아니라 ‘기각’ 결정을 내리도록 한 점을 부각했다. 각하는 소송 제기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내리는 주문이고, 기각은 청구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주장을 배척하는 결정 주문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그런 점에서 이 조문은 공직 신분을 상실하는 것이 당연 각하 사유가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임 전 부장판사의 경우에도 법관 신분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탄핵 요건을 상실해 각하되는 게 아니라 본안 심리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수긍하기 어려운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야구선수 재판 개입으로 견책 징계받은 임성근탄핵까지 하는 건 이중처벌?

양측은 또 이미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씨 도박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으로 2018년 대법원에서 ‘견책’ 징계를 받은 임 전 부장판사를 같은 사유로 또 탄핵하는 게 적절한 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야구선수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청구 사유 중 하나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이것이 중복 처벌, 즉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가 개시되면 그 대상자가 해당 조직에서 받고 있던 징계 절차는 정지된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이런 점을 들어 “이중처벌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헌재가 탄핵을 최고 수위의 징계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대법원 징계 헌재 탄핵은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대상인지 놓고 벌써 3개월째 공방

헌재는 지난 3월 24일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증거제출목록과 쟁점 등을 정리한 이후 다음 기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임 전 부장판사 형사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최근에서야 재판기록을 복사해주기로 허가하면서 국회 측 대리인단이 복사를 끝마치는 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재판 기록은 21만여쪽으로 트럭 한 대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복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임 전 부장판사가 개인적으로 정리해놓은 기록 목록을 사전에 국회 측 대리인단에 제공하는 등 이례적인 광경도 벌어졌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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