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오일장
아직은 이른 봄이 머물고 있는 제천 오일장(3·8일)을 채운 조생 마늘은 남쪽에서 올라온 외지 출신이다. 6월이 돼야 비로소 제천에서 자란 먹거리가 지역 오일장의 참맛을 보여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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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계절의 여왕을 5월이라 한다. 어떤 날은 여왕답게 화사한 날을 보여준다. 대부분은 황사 낀 날이 많다. 다행히 제천으로 떠나던 날은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였다. 5월은 먹거리가 애매해지는 시기. 계절이 바뀔 때는 새로 나는 것도 드물고 나던 것도 들어간다. 식품 MD 입장에서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하기 애매해진다. 제천은 중앙시장, 내토전통시장, 동문시장이 길 하나 건너 두고 매일 열린다. 제천의 예전 지명은 ‘내토’. 우리말 지명인 냇둑의 한자 표기명이다. 그런 까닭에 제천 지명 중에 내토가 많다. 한동안은 제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지명에 주(州)가 들어간 곳을 천(川)으로 바꾸면서 제천이 되었다. 오래전에 냇둑이라 불렸던 까닭은 삼한시대 저수지인 의림지가 제천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주 출신인 ‘조생 마늘’에 실망 말 것
곧 양배추·토마토·오이가 특별함을 채워줄테니
오일장은 세 개의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역전 한마음시장에서 열린다. KTX가 정차하는 제천역은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무궁화호로는 40~50분 더 걸린다. 역사를 빠져나오면 시장이 펼쳐진다. 역전시장은 먹거리 중심이다. 족발, 떡, 부침개가 오가는 이들을 유혹한다. 메밀부침 위에 배추를 올린 배추전과 빨갛게 양념한 소를 넣고 말아낸 전병이 대표다. 처가가 원주 문막이다보니 배추전 모양새가 낯익다. 가만히 보면 오일장에 나와 있는 올챙이국수를 비롯해 음식이 강원도와 훨씬 가깝다. 지명만 충청북도 제천이 아닌가 싶다. 상가와 상가, 그 사이에 나물, 채소 파는 이들이 있다. 제천은 여전히 이른 봄. 다른 지역은 산나물이 끝물일 테지만 제천은 여전했다. 한창 추울 때 철원과 비슷할 정도로 추운 지역이라고 한다. 날씨까지 그러한 것을 보면 확실하게 충북이 아니라 강원도다. 제천역을 등지고 바라보면 오른편으로 본격적인 오일장이 길게 이어진다.
오일장에서 처음 반기는 것은 조생 마늘. 아마도 출신이 제주일 듯싶다. 제주에서 나기 시작해 해남, 고흥, 남해 등지에서 여름을 열면서 나기 시작한다. 조생은 말 그대로 일찍 나오는 품종으로 6월 넘어서 나오는 녀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장성이 약하다. 옆에 같이 놓인 양파도 껍질이 얇아 저장이 안 된다. 빨리 나오는 것들은 소비도 빨리해야 한다. 잠깐 사이에 쉽게 물러진다. 오일장 구성은 작년에 돌아본 영월 오일장과 비슷했다. 버섯이며 어묵, 국수 등 판매하는 물목들이 비슷했다. 제천, 영월, 평창올림픽장이 하나의 장돌뱅이 루트로 엮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기서 본 이들 중에서 대부분은 평창(5·10일), 영월(4·9일)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장터는 돌아다니는 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다. 장터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특별함이 있을 거라 예상한다. 오일장에 대한 바람이 있다. 뭔가 저렴하고, 더 신선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제천은 아직 이르다. 특별하게 신선하거나 맛있는 시기가 있다. 6월이 돼야 비로소 제천의 것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양배추, 토마토, 오이 등이다. 그제야 오일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특별함을 맛볼 수 있다.
여물 먹인 ‘화식우’ 판매 중단돼
대신 맛본 ‘6000원 한우갈비탕’
조만간 구수한 맛 보러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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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에 자주 올 때는 일 년에 예닐곱 번은 왔었다. 한우와 화식우 생산지가 여기 있었기 때문이다. 화식우는 말 그대로 여물 끓여 먹이는 소다. 구수한 맛이 일품으로 요즘 먹고 있는 소하고는 다른 풍미를 지니고 있다. 구수한 맛이 있어 국거리용으로 최고다. 물론 구이용은 말 안 해도 될 정도다. 제천 시내를 지나 송학면에 농장이 있었다. 지금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잠시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 한다. 조만간에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그 맛이 기대된다. 원래는 제천 가는 길에 화식우 맛을 보려고 했지만, 맛은 보지 못했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로 말이다. 꿩 대신 닭으로 한우갈비탕을 맛봤다. 한우갈비탕이 6000원. 수입고기로 해도 그 가격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저렴했다. 이름은 갈비탕이라고 했지만 사실 국밥에 가깝다. 갈비탕에는 갈비만 들어가야 하지만 실상은 갈비 한 대와 사태를 비롯해 다른 부위가 섞여 있다. 국밥이라고 해도 한 그릇 6000원이라면 저렴하다. 식당 바로 앞에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어 가능한 가격이다. 부농도축장 정육식당 0507-1408-9970
제철에 나는 것 혹은 지역에서 나는 것으로 요리하는 곳을 선호한다. 거창하게 ‘로컬’을 붙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지역을 여행할 때 최우선으로 고른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선택한 곳이다. 물 좋고 산 좋은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로컬을 접목하면 색다른 닭요리가 탄생한다. 닭볶음탕을 주문하면 시간이 걸린다. 예약을 했지만 시간이라는 게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여기서는 괜찮다. 곁들이 반찬이 곁들이 반찬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과 묵무침이 같이 나온다. 묵무침도 좋지만, 최고는 전. 산나물이 가득한 전은 메인 요리라 이야기해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두릅이며 미나리 등이 가득 들어가 있다. 닭볶음탕이 나오면 감탄도 같이 나온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난다. 제철에 나는 산채가 가득 올려져 있는 모양새에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로컬푸드라는 게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풀릴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굳이 메뉴 개발할 것 없이 있는 메뉴에 더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매운 닭볶음탕과 향긋한 산채가 제법 어울린다. 학현식당 (043)647-9941
‘로컬’ 닭볶음탕의 비밀
제철 산채만 더했을 뿐인데
‘우와’ 소리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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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을 오래전부터 자주 오갔다. 오가다 밥때만 되면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던 집이다. 아래, 위, 옆 할 것 없이 분지형인 제천. 도토리로 전분을 내서 만드는 음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토리가 지금이야 건강식품이니 뭐니 해서 많이들 찾지만 도토리에서 전분을 내는 방법을 찾은 건 수렵에서 농사로 전환되는 큰 계기였다. 구석기나 신석기 유물이 한반도에 유독 많이 있는 까닭이라고 한다. 신석기인들은 도토리를 어찌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묵밥이다. 묵을 채 썰고는 육수를 붓는다. 육수는 취향에 따라 뜨겁게 혹은 차갑게 선택할 수 있다.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필자는 당연히 차가운 육수를 선택했다. 송송 썬 김치, 고추지와 무채나물이 고명으로 나온다. 입맛에 따라 묵국에 밥을 말면 비로소 묵밥 완성이다. 묵밥이 완성되면 젓가락은 필요 없어진다. 묵밥은 숟가락으로 먹어야 하거니와 젓가락으로 깨작깨작하면 그 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김치의 상큼한 신맛과 도토리묵 맛이 제법 좋다. 시원한 멸치육수와 고추지, 무채나물은 둘을 조용히 응원한다. 묵마을 (043)647-5989
도토리 묵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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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6년차 식품 MD.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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