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고와 이대부고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사진)이 패소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해운대고가 지정 취소에 불복해 낸 소송과 지난 2월 배재고·세화고가 낸 소송, 3월에 숭문고·신일고가 낸 소송에 이어 네 번째로 자사고 측 손을 들어줬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이대부고(이화학당)와 중앙고(고려중앙학원)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한 각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 판결로 중앙고와 이대부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세 번에 걸친 소송에서 법원이 비슷한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자사고 측 손을 들어주면서 오는 28일 나머지 학교 2곳(경희고·한대부고)의 1심 판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 결과는 지난 2월과 3월 세화고·배재고, 숭문고·신일고가 같은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19년 6월 지역 교육청들은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11곳에 대해 지정 취소했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 자사고는 8곳이었는데, 모두 그해 8월 지정 취소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법원은 4곳 학교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교육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신설된 재량 지표와 강화된 감사 지적 사례 기준을 2018년 말에야 공표하면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성과 평가에 소급 적용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하면서 무리하게 자사고에 지정 취소 처분을 해 행정력을 낭비한 것은 물론,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국 자사고는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돼 있는데 오히려 교육청이 패소하면서 자사고 폐지 정책의 정당성이 약화된 것이다. 한 교육평론가는 "교육부가 처음부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폐지라는 정공법으로 가면 됐는데 일선 교육청에서 무리하게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으로 가다 보니 결국 자사고 폐지에 대한 명분만 약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항소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거친 풍랑에도 불구하고 배는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세화고 1심 결과에 대해 항소를 결정하면서 "2025년 자사고 폐지와 관계없이 교육청에서의 행정행위가 적법한 절차와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법원 판단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 소송 역시 지난 4건의 소송만 해도 1억원 이상 비용이 소모된 데다 승소 여부도 확답할 수 없어 오히려 행정력 낭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편 자사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이라는 교육부의 확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작년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교육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의 위헌성을 심판 청구하는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자사고 등 고교체제를 정권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만 고쳐 2025년부터 일괄 폐지하는 것은 헌법이 명시한 교육법정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자사고 등을 시행령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고교체제를 법률에 명시하는 개정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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