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이 첫 공식 브리핑 데뷔를 했다. 흑인 여성으로는 30년 만, 성 소수자로는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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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정말 영광입니다. 하지만 이 단상에 선 것, 이 방에 있는 것이 저 한 사람만의 일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26일(현지시간) 카린 장 피에르(43) 미국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브리핑 데뷔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답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흑인 여성이 미국 정부를 대표해 브리핑 단상에 선 건 30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 주디 스미스 부대변인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백악관 부대변인 자리는 줄곧 백인과 남성들의 몫이었다.
이날 미국 NBC 등 외신은 “새로운 역사의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백악관 브리핑은 젠 사키 대변인이 매일 진행했고, 장 피에르는 다른 참모들과 배석만 했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일부 취재진을 상대로 짧게 브리핑할 기회는 종종 있었지만, 모든 출입기자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며 “이는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띈 정권이란 점을 자랑스러워 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브리핑은 젠 사키(왼쪽) 대변인이 진행하고 있다. 장 피에르(오른쪽) 부대변인은 이 자리에 배석해왔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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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장 피에르가 젠 사키에 이어 백악관 대변인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브리핑이 일종의 오디션 무대라는 것이다. 지난 1월 임명된 젠 사키는 대변인 역할을 길어도 1년 정도만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내 진정한 파트너가 혼자만의 힘으로 역사를 만들었다”며 “그의 재능과 훌륭한 정신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장 피에르는 50여분 간 진행된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도쿄올림픽 추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일본 ‘여행 금지’를 권고한 것을 언급하면서도 “올림픽을 안전하게 계획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는 아이티 이민자 2세이자 흑인, 성 소수자로서 살아온 삶이 자신의 경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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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이민자 2세인 장 피에르는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프랑스 영토의 섬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자랐다. 뉴욕 공과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공공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진보 시민단체 ‘무브 온’에서 활동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와 지난해 커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정치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그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밝힌 사람으로선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는 흑인, 이민자 2세, 동성애자 등 소수자로서 살아온 경험이 자신의 정치 경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AP 통신은 그가 2018년 “도널드 트럼프가 싫어하는 것은 바로 나”라며 “나는 부모님 두 분이 아이티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이자 동성애 여성”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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