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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성고가 자율형사립고 지위 반납을 최종 결정하게 되면 관내 자사고 중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일곱번째 사례가 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억제 정책으로 차츰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학생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동성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천주교 서울대교구)은 이날 오후 4시쯤 이사회를 열고 동성고의 일반고 전환 신청을 심의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동성고는 관할 서울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게 된다. 시교육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심의, 청문 절차를 밟는다. 이후 교육부 동의를 얻으면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된다.
앞서 2012년 동양고, 2013년 용문고, 2016년 미림여고와 우신고, 2019년 대성고, 2020년 경문고가 일반고로 자진 전환했다. 동성고가 전환을 결정하면 일곱번째 학교가 된다.
동성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은 입학생 감소로 인한 재정난이 한계 상황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과 법인 전입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므로 입학생 수는 재정 상태와 직결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의 광역 자사고 20곳의 2021학년도 경쟁률은 일반전형의 경우 5880명 모집에 6437명이 지원해 경쟁률 1.09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19대1보다 하락했다. 동성고는 2020학년도에 이어 올해도 입학 경쟁률이 1대1에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 자사고가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는 서울 광역 자사고 절반이 미달 사태를 겪었다. △경희고 △대광고 △선덕고 △숭문고 △이대부고(남) △장훈고 △중앙고 △한대부고 △현대고(남) 등 10개교가 일반전형에서 미달이었다.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원금이 대폭 늘어난다. 시교육청이 일반 사립학교에 지급한 재정결함보조금은 지난해 기준 교당 39억9000만원 수준이다. 자사고로서는 학생 모집과 운영난 이중고에 시달리기 보다는 편하게 보조금을 받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정부와 교육청의 자사고 억제 정책이 자사고의 경쟁률 하락을 불러왔다고 보고있다.
자사고는 2010년 설립 당시 학교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 대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일반고와 달리 교육과정을 결정하거나 수업 일수 조정, 무학년제 운영(능력에 따라 학년의 구분을 두지 않음)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수학생 유출로 일반고 경쟁력이 떨어지자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왔다. 진보 계열 교육감들이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지정취소하고 구술 면접전형 폐지 등 자사고의 선발권을 무력화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진보 성향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는 자사고 폐지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자사고를 비롯해 외국어고와 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학교가 설립취지와 다르게 입시 위주 교육에 매몰됐고 고입·대입 사교육을 심화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자사고·외고·국제고 25개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4곳은 이 개정 시행령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서울의 경우 시교육청과 자사고가 재지정 여부를 놓고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9년 7월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대상 13곳 가운데 기준점수 70점에 미달한 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경희·이대부·한대부고 등 8곳에 대해 지정취소를 결정했다.
현재까지는 시교육청이 연패하고 있다. 28일 경희·한대부고까지 승소하면 지정취소된 자사고 8곳이 모두 1심에서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입시 업계에서는 승소 여부와는 관계없이 잦은 소송전으로 자사고 지위가 흔들리자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지원자가 줄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올해 서울 소재 중3 학생 수가 전년도 7만6202명에서 올해 7만2775명으로 3427명 감소했다"며 "여기에 교육당국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에 따른 불안요소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일반고 일괄 전환까지 예고돼 있어 경쟁률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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