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인 경우 해고 근거 마련, 하지만 실제 형사 처벌은 어려울 듯]

/사진=뉴시스

네이버 40대 직원 A씨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앞으로 네이버와 노조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씨를 괴롭힌 것으로 전해진 임원 B씨에 대한 처분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노조는 아직 지방노동청에 신고하진 않았지만 고용노동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1일 "관련 사건이 공식적으로 지방노동청에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5일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노조는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업무상 재해는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경우 그 원인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있었다면 법원은 대체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주고 있는 추세다.

이때 업무상 재해는 명백한 의학적 증명보다는 규범적 관점에서 인과관계의 판단이 이뤄진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한다"며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며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상 재해가 모두 인정된 경우 회사 내에서 상사 B씨에 대한 징계처분 근거가 생긴다. 이때 최고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B씨의 행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여부는 애매하다. 우선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 가해자 처벌보단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사용자에게 부과한다. 규정 자체가 가해자 처벌보다는 사업주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취지인 셈이다.

노무법인 파란의 변진호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의 취지는 회사 측에 관리에 대한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지 가해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실제 형사 처벌 여부는 다른 위법 행위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법원은 폭언 등으로 인해 우울증 등을 겪은 경우 폭언한 상사에게 상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피해자가 숨지면서 실제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의 극단 선택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선 피해자가 사망해 폭언에 의한 상해죄 인정도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민사적으로는 가해자의 행위에 따라 피해자의 극단 선택 인과관계 규명이 가능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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