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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 1년, 그 후]"안 잡히면 죄가 아니지"…플랫폼 바꿔가며 진화하는 n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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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1년, 그 후-中]

박사방 관련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 여전히 북적

메신저 디스코드 4000명 입장

SNS 여전히 유포 중간통로로

수사기법 등 공유해 단속 피하기

"민관협력 즉각 차단 시스템 필요"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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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n번방 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제n의 'n번방'은 존재한다. 관련자가 우후죽순 검거되면서 성착취물 관련 대화방이나 유포행위도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이들은 좀 더 은밀한 곳으로 숨어 들어갔고 플랫폼을 바꿔가며 범죄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덜한 틈을 타 곳곳에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것이다.


n번방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에서도 여전히 유포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3일 살펴본 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선 당시 문제가 된 박사방 관련 성착취물과 불법 촬영물 등이 수시로 올라왔다. 여러 음란물을 합쳐 놓은 압축 파일도 버젓이 돌아다녔다. 해당 대화방엔 1800명이 넘는 참가자가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안 잡히면 죄가 아니지' '영상 보는 게 죄냐' 등 여전히 성범죄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게임용 메신저인 '디스코드'에서도 성착취물이 손쉽게 공유되고 있었다. 4000명이 넘는 인원이 입장한 한 대화방에선 실시간으로 성착취물과 불법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등이 오고갔다. '자료'를 서로 맞바꾸는 일도 흔했다. 또 다른 디스코드 대화방 역시 참여자가 2만~4만원 상당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입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n번방 사태 당시 문제가 됐던 성착취물 대화방의 판박이다. 일상에서 널리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에도 비슷한 대화방이 존재한다.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의 중간 통로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 한 페이스북 비밀 그룹 등에는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 입장 링크와 성착취물 등이 다량 게시됐다. '온리팬스' 등 신종 플랫폼이 새로운 성착취물 유통 창구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온리팬스는 돈을 내고 각 계정에서 올리는 비공개 콘텐츠를 구독하는 시스템이라 최근 이런 용도로 자주 쓰이고 있다.


n번방이나 박사방 같은 대규모 성착취물 제작 행위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없지만 이런 곳에서 성착취물은 끊임없이 유포·재생산되고 있었다. 이들은 경찰 단속과 수사 관련 기법 등을 파악해 검거되지 않는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 정도가 광범위하고 한 번 발생한 피해를 되돌리거나 추적이 어려운 게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이라며 "정책적으론 민관 협력 체제를 통해 문제 행위를 곧바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형벌 규정 강화와 피해자 지원 대책도 좀 더 촘촘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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