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로 만든다는 건 정치 논리"
"이미 수십년 전에 충청권 지역 은행이 경쟁력을 잃어 하나·조흥은행에 인수합병됐는데 다시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4대 은행 관계자)
"인터넷은행의 약진과 대형 은행들의 공격적 영업으로 지역 은행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데 지역 은행을 설립한다는 것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 때문이다."(금융학과 교수)
충청남도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공식 발표한 3일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인터넷은행이 급성장하고 기존 지방은행들도 고전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지역거점 은행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충청남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충청권 지역 은행 설립방안을 논의했다. 충청권은 지역 은행이 없어지자 지역금융 경제가 무너졌고, 지역민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발전 혜택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이 심각해졌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논리가 부족하다고 선을 긋는다.
우선 돈이라는 것이 지역 은행이 존재한다고 역외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책적 지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면 지역 기반 은행과 상관없이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논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충남도의 이 같은 행동은 정치적 동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 A교수는 "정치적 논리 외에는 해석이 안된다"고 전했다.
실제 지역 은행은 최근 10여년 동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 정보의 비대칭으로 대형 은행들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서 그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춰왔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19년 순이익은 8조3681억원을 기록했는데 2015년 순이익인 3조5735억원에 비해 134.2%나 늘었다.
반면 DGB대구·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6개 지방은행의 2019년 순이익은 1조1357억원으로 같은 기간 2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부산·경남·대구·광주 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9957억원으로 2019년 순이익(1조1216억원)에 비해 11.2%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보다 순이익 감소폭(-6.8%)이 컸다. 자산규모도 대형 은행들이 400조원을 훌쩍 넘는데 지방은행들은 평균 35조원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의 약진도 지방은행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소매금융 부문에서 인터넷은행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1140억원을 달성하고, 자산도 26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가치도 40조원에 육박, 대형 은행들을 넘어섰다.
A교수는 "지방은행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최근에는 기존 지방은행들도 해외로 진출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방은행이 생기는 것은 경제적 논리로 설명이 안된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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