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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브레이크 아닌 음주운전자의 가속 페달에…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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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김포고속도로 북항터널에서 발생한 추돌사고…음주운전 중 가속 페달 밟아 /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 마크’도 없어 / 재판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운전자에게 징역 4년 선고 / 오는 9일에는 ‘을왕리 사고’ 운전자의 항소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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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북항터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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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드 마크(skid mark).’

운전 중 급제동 시 도로에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을 말한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노면의 스키드 마크 길이 측정으로 사고 차량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데, 이는 역으로 스키드 마크를 남긴 차량 운전자의 직전 상황 인지 여부의 단서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16일 오후 9시5분쯤, 인천 동구의 인천김포고속도로 북항터널에서 발생한 추돌사고 현장에는 이러한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

당시 A(45)씨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상태에서 3차로 중 2차로로 벤츠를 몰던 중, 앞서가던 B(41)씨의 마티즈 차량 좌측 뒤 범퍼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튕겨 나간 B씨의 차량은 터널 벽을 들이받고 전소됐으며, 어린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인 B씨는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사고 직전까지 약 2㎞를 음주운전 한 A씨는 마티즈를 발견하지 못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제한속도(시속 100㎞)를 두 배나 훌쩍 넘긴 시속 216~229㎞로 B씨의 차를 들이받았다. 애초 스키드 마크가 생기지 않은 이유인데, A씨가 사고 직전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회식을 했는데 사고 당시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이른바 ‘윤창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과 음주운전자의 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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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북항터널서 술에 취해 벤츠 차량을 몰다가 추돌사고를 내 앞 차 운전자를 숨지게 한 A(45)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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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징역 9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고인은 얼굴이 붉고 혀가 꼬이며 비틀거리는 등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면서도 “피고인의 운전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됐고, 유족 앞으로 3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에는 특가법 제5조의11 제1항,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 제2호가 함께 적용됐다.

전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며, 후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의 상태로 음주운전한 사람에게는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힌다. 아울러 형법에 따라 ‘경합범(競合犯)’으로 다뤄지면서 최종 형량이 결정됐다.

앞서 B씨의 어머니가 지난 3월,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가해자는 어린 자녀가 둘 있는 가장을 죽여 한 가정을 파괴했다’며 ‘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엄벌해 달라’는 호소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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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차량 운전자 C씨(사진 왼쪽)와 동승자 D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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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에 따르면 오는 9일에는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음주운전 중 치킨 배달하던 가장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C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며, 동승자 D씨는 음주운전방조 혐의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에 검찰은 C씨를 양형부당을, D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1심 판결 후 항소장을 제출한 C씨와 달리 D씨는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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