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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 뭉개면 승진, 파헤치면 좌천… 월성팀·윤석열계 줄줄이 승진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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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개기 달인’ 이성윤, 정권 약점 쥐고 있어 못 쳐낼 것



    문재인 정부는 지난주 검찰 고위직 인사를 통해 검사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청와대 지침대로 정권 비리 수사를 뭉개면 승진하고 영전한다. 정권 뜻을 거역한 채 공연히 수사하고 파헤치면 좌천되고 승진도 탈락한다. 이는 조만간 이뤄질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함부로 수사한다고 나대지 말고 시키는 대로 고분 고분 따르라고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번에 고검장·지검장으로 승진하거나 요직으로 영전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수사 뭉개기의 달인들’이라는 것이다.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금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의혹 사건 수사도 질질 끌었다. 조국 전 장관 비리에 연루된 최강욱 의원에 대한 수사도 계속 뭉개려 했다. 그의 손에만 들어가면 모든 수사는 늘어지거나 유야무야됐다. 대신 수사팀이 무혐의라고 수차례 올린 한동훈 검사장의 채널A 사건은 끝까지 결재를 미뤘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권 비호를 하니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고검장까지 올라간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이 이 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뭔가 특별한 걸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가 이성윤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놓고 ‘봐주기 수사’를 하니 전례없는 ‘피고인 승진’이란 보답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 고검장은 각종 항고 사건 결정권과 서울 지역 검사들에 대한 감찰권도 갖고 있다. 서울고검은 추미애 전 장관 아들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항고(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기소하는 것)를 검토해 왔는데, 이 고검장이 이를 뭉개버릴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번에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추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인물이다. 정권 관련 사건을 뭉개온 또 다른 한 축이다. 그는 이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의 상부기관장으로 가서 김학의 사건을 뭉개는 2중 보호막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수원지검장으로 발령난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은 김학의 사건이 청와대로 옮겨붙으려 하자 이를 막은 사람이다. 그는 수원지검이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결재를 올렸을 때 이에 대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던 사람이 이젠 직접 수원지검장이 돼서 노골적으로 사건을 뭉개려 한다.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김학의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조사까지 받았는데, 이번엔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가서 3중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됐다.

    반면 이 정권의 무리수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신 수사에 나섰던 검찰 간부들은 대부분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윤 총장 징계에 반기를 들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은 한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밀려났다. 윤 총장 징계 반대 성명을 낸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조국 수사를 총괄한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윤석열 전 총장 최측근으로 조국을 비롯한 정권 비위 수사에 앞장섰던 한동훈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4번째 좌천됐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를 지휘했던 수원지검 박지영 차장도 이번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친(親)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신봉수 평택지청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등도 이번 검사장 승진에 제외됐다.

    이러다 보니 전례 없는 인사 폭거에도 검찰 내부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하다. 예전 같으면 검찰 간부들과 일선 검사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검란(檢亂)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검사 내부망에는 반발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고 있다. 조만간 이어질 검찰 중간 간부와 일선 검사에 대한 후속 인사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입이라도 뻥긋하면 다음 인사에서 좌천이나 승진 탈락으로 보복 당할 게 뻔하다. 그래서 익명의 대검 블라인드에만 성토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불이익을 당하기 싫어 공개적 발언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지금은 민감한 인사 시기라 정권 눈치를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 시즌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미 문 정부와 같은 배를 탄 친정권 간부들과는 달리 차기를 보고 문 정권 비리에 칼날을 들이대는 검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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