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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중금리 대출 '파격' 경쟁…CSS가 승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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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인데 2%대…CSS 중요성 커져 중금리로 이동한 차주집단 연체율 높아 [비즈니스워치] 양미영 기자 flounder@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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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확대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기반인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싸움도 격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단절이 심했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신 CSS가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다만 기존에 고금리나 저금리를 활용하는 차주 집단이 중금리로 이동하는데 따른 부실화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파격' 중금리 대출 뒤엔 CSS 고도화

9일 카카오뱅크는 중신용대출 상품 한도를 1억원으로 확대하고 최저 금리도 2%대 후반으로 낮췄다. 신용점수 820점(KCB 기준, 기존 4등급) 이하 고객 대상, 즉 개인신용평점 하위 50%를 대상으로 2%대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1억원 한도 역시 중금리 대출 가운데는 사실상 최대 한도다.

파격적인 조건의 대출이 가능한 것은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 덕분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이후 쌓아온 대출신청 고객의 금융거래 데이터와 통신정보를 추가해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적용했다. 중저신용 및 금융이력부족(Thin-File) 고객들을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모형도 개발했다.

카뱅뿐 아니라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 역시 CSS를 무기로 중금리 대출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최근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한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 목적으로 정보기술(IT) 인프라 확충과 함께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한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를 꼽았다.

토스뱅크 역시 사업 개시 첫해 중금리 대출 비중을 34.9%로 설정하고 2023년 말 44%까지 끌어올릴 방침으로 공격적인 중금리 대출 확대 예고에는 CSS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 있다.

금리 단절로 소외된 중신용자 시장 매력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본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취지가 크다. 중신용자들의 경우 대출 수요가 상당함에도 그간 대출 시장은 고신용자 위주로 성장했다. 금리 역시 고신용자는 4% 이내의 저금리가 가능했지만 중저신용자는 20% 이상 고금리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금리 구조가 단절됐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정부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나섰다.

2017년 3월 말 한국신용정보원 기준 전체 신용대출 이용자 1816만 명 가운데 4~7등급 중신용자 이용자는 656만 명, 나이스 CB 기준으로는 4483만 명 중 2015만 명에 달한다. 반면, 금리 구간별 개인 신용대출 비중 상 중금리에 해당하는 이자율 10~15%의 대출 잔액은 전체 대출 잔액의 5.1%(2015년 9월 말 기준)에 불과했다. 상당수가 중신용등급이면서 더 높은 대출 이자를 지불하거나 아예 대출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한 데는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인터넷전문은행들로서도 시중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SS 고도화로 신용평가 정확도 높여

다만 중금리로 대출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신용평가가 필수다. 과거에도 일부 은행이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했지만 낮은 신용등급에 따른 부실률 판단이 어려워 성공하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SC제일은행이 신용등급 5~7등급 차주를 대상으로 연 10~14% 대출상품을 출시했는데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수년 후 판매를 중지한 것도 그중 한 예다.

반면 최근 들어 기존 은행들로서는 쉽지 않았던 중저신용자들의 신용평가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정밀한 신용등급 책정과 상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500만 건이 누적된 대출신청 분석과 통신사 정보를 활용했고 토스뱅크도 20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기반을 활용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일반 은행들 역시 자체적인 CSS 고도화와 함께 저축은행 계열사와의 연계 등을 통해 중금리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출시된 사잇돌 중금리 대출도 이 중 하나로 비교적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금리 수준이 6~10% 선으로 1인당 최대 2000만원 이내로 제한됐고 저축은행 사잇돌 대출의 경우 금리가 15% 선으로 더 높았다.

카카오뱅크가 중신용 대출을 최대 1억원 한도로 확대하고 2%대 후반까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춘 만큼 후발주자들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이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주도하는 금융사들의 신용평가시스템의 정확도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중금리 이동 차주집단, 연체율 높아

한국은행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과거엔 가계대출 시장이 저금리와 고금리 시장으로 차별화되면서 어느 하나만 이용했지만, 중금리 시장 확대와 함께 양쪽을 넘나드는 차주가 늘면서 부실이 여러 대출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권간 전이율이 높아지고 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신용대출자의 경우 특정 기간과 시점에서 다수의 대출을 보유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저금리 대출자가 중금리로 갈아타고, 고금리 대출자 또한 중금리로 올라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금리 대출자 가운데 기존보다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고 여러 업권에 걸쳐 다중채무 정도가 심할수록 연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추정 모형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로 이동한 차주 집단 가운데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받게된 경우 연체율이 더 높았다. 반면 중금리 대출을 계속 받아온 차주 집단은 저금리나 고금리 집단보다 오히려 연체율이 낮았고, 다중채무 정도가 심하더라도 연체율 상승폭은 다른 차주 집단보다 작았다.

중금리 차주는 여타 차주보다 대출 취약성이 낮지만 오히려 저금리나 고금리 대출 이력이 중금리로 이동할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CSS를 통해 건전한 중금리 차주 집단을 흡수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입장에서는 부실화 가능성이 적은 중신용자를 선별해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결국 관건이 될 것"이라며 "CSS 고도화에 따른 실제 성과가 주목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선 한은은 "당장은 절대 규모가 크지 않아 중금리 대출 시장 자체 문제로 금융 안정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향후 위협요인을 예상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건전성 진단이나 대응책 마련 면에서 업권간 상호연계성을 고려하면서 정책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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