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 2차 변론…증인 채택 놓고도 신경전
‘탄핵심판’ 출석한 임성근 전 부장판사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재판개입 혐의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재판에서 탄핵의 타당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첫 변론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쟁점은 이미 임기를 마친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하는 게 가능한지와 탄핵될 정도의 위법 행위 유무였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검사 역할의 소추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소추 사실을 설명한 뒤 "파면 결정을 선고해 사법권의 독립성이 유지되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에서 법관을 인신공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법관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며 "이런 배경에서 일어난 일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사건이 전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 탄핵 목적 두고 공방 "권한 박탈" vs "헌법 수호"
양측은 이미 현직을 떠난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할 수 있는지와 그를 탄핵하는 것에 실익이 있는지를 놓고 부딪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이미 퇴임한 판사를 탄핵할 수 없어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이 사건은 한 판사 개인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고 헌법정신이 훼손되는 사태를 헌재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작업"이라며 단순히 법관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탄핵 심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임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합헌이라고 판단한 미국의 사례를 들며 퇴임한 법관도 얼마든지 탄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미국과 우리는 헌법 조문 자체가 다르다"며 미국의 사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하는 것이 실익이 있는지에 대해 국회 측은 법률 차원에서 단순 퇴직과 파면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전직 법관이라도 임기 만료로 사직한 법관과 탄핵으로 파면된 법관의 지위와 권한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파면 결정의 실익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탄핵의 목적은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무원의 권한을 박탈하기 위한 것인데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임해 탄핵의 목적이 달성된 만큼 탄핵 심판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
◇ "1심 무죄" vs "조언 넘어 재판 관여"
양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탄핵당할 만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선배로서 조언한 것일 뿐이며 지시나 강요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전 부장판사의 조언을 들은 3명의 법관 모두 형사재판에서 '지시나 강요는 없었으며 재판 결과도 재판부 판단에 따라 합의에 따라 내려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또 임 전 부장판사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강조하며 "임 전 부장판사의 경우 탄핵 사유로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재판을 하는 법관이 선배나 동료를 찾아가 조언을 구할 수는 있으나 임 전 부장판사처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먼저 재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으며, 임 전 부장판사의 요청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판결문도 번복된 만큼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서도 "형사 재판에서의 직권남용과 헌법에서 말하는 직무집행은 전혀 다르다"며 1심에서의 무죄 판단으로 탄핵 사유가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내달 6일 2차 변론…증인 채택 놓고 신경전
양측은 증인 채택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형사재판에서 신문이 이뤄져 헌재 법정에서 신문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다음 변론기일을 내달 6일로 미루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헌재는 당초 오는 15일에 2차 변론을 열 계획이었지만 국회 측에서 재판기록을 늦게 받은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이 밖에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법관 신분이 상실된 사람에 대한 탄핵심판을 할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건을 각하해야 하는지 여부를 먼저 다툰 뒤에 심판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자는 취지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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