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성남 탱고지휘소·군산 무인기 격납고 예산 복원한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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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된 예산을 백지화하고, 당초 목표대로 군 건설사업 등에 사용키로 했다. 트럼프 정부 당시 전용 대상이던 군용 벙커 탱고지휘소와 무인기 격납고 등 주한미군에 배정된 사업도 되살아난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 때 국경장벽 건설용으로 전용된 국방부 예산 22억달러를 군사건설 예산으로 되돌린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남부 국경지대의 비상사태를 종료하고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된 예산을 다시 배분하라는 포고문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민주당의 반대로 장벽 건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국경지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군사 건설 예산 등을 전용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군사시설 건설 예산 36억달러 등을 국경장벽 예산에 전용키로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전용 대상에 오른 123개 사업 중 50개 이상이 이미 장벽 건설에 사용됐다”면서 “아직 사용되지 않은 예산이 군 건설사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되살린 예산은 미국 11개 주와 해외 16개국 등의 66개 사업에 재투입된다. 예산 재투입 대상에는 주한미군이 주둔한 한국에 책정된 2개의 사업 예산 7000만달러 가량이 포함돼 있는데, 지휘통제시설 2100만달러 및 무인기 격납고 4869만달러다.
미-멕시코 국경 장벽 공사 장면.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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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세부적인 사업명까지 기재하진 않았지만 경기 성남의 군용 벙커인 탱고지휘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 사업으로 보인다. 이 두 곳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2019년 각각 1750만달러, 5300만달러의 자금이 전용 대상에 포함됐다.
1970년대 민간인 통제구역에 건설된 탱고지휘소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군용 벙커로, 전술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휘소 예산을 전용한 데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관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한미군은 2015년 무인 공격기인 MQ-1C ‘그레이 이글’을 군산 기지에 배치하고 2018년 2월 중대 창설식을 열었지만 기존 시설에 1개 중대를 수용하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신형 격납고 건설을 추진했다. 2019년 3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두 시설의 예산 전용 논란이 제기된 후 하원 청문회에 나와 전용 문제는 자신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면서도 “두 시설은 분명히 주한미군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이날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에 미사일 기지를 확장하기 위해 배정한 1000만달러도 한반도 관련 예산이다. 이 기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일환으로 사용됐는데, 당초 2개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늘릴 예정이었다.
한편, 국토안보부도 이날 국경장벽 건설로 전용된 안보부 관련 예산을 장벽 건설로 인해 초래된 생명, 안전,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으로 돌린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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