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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딸, 사랑해" 마지막 문자 남긴 여성 노동자..메모엔 상사 갑질,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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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진=14일자 MBC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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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경북 포항에 위치한 40대 건설업체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세상을 등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노동자가 현장관리자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까지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포항 지역 전문건설업체 소속 노동자 A씨(48·여)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44분경 지인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오전 6시쯤 사망했다.

A씨는 지난 4월 26일부터 해당 업체 소속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건설 현장에서 불티를 차단하는 작업을 맡는 화재감시원으로 근무했다. 해당 업체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차 하청업체로 알려졌다.

문제는 입사 1주일도 안 돼 직무와 무관하고 감당하기 벅찬 강도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점이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에 따르면, 현장관리자 2명이 무거운 쇠파이프 100개를 옮기라고 A씨를 압박하고 폭언까지 일삼았다. “야야야”, “어이, 이거 치워라” 등 반말은 기본, 모멸감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성희롱성 발언까지 들은 A씨는 딸에게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 딸은 MBC에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수치스럽다, 치욕스럽다, 견디기 힘들다’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주변 동료들에게 이 같은 고충을 알렸다. 노동조합에도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사측의 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목된 가해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A씨를 면전에 두고 ‘언제 그랬느냐’는 취지로 윽박지르기도 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결국 A씨는 이를 견디지 못 하고 입사 약 50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치며 유서로 7장의 메모를 남겼다. 유서에는 폭언과 성희롱을 한 가해자들 실명과 구체적인 피해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는 딸에게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큰딸’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딸은 방송에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바로 전화를 했을 텐데…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못 해서 엄마를 못 구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관계자는 “업체 등에 진상 규명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경찰 수사 등을 적극 촉구하겠다”며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가해자로 거론된 2명은 해고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해 A씨가 일했던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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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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