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체론 디지털화 쉽지 않아
"카뱅이 성공 입증···별도 설립을"
일부선 노조 반발·고객 잠식 우려
현실화까지 난관 적지 않을 듯
이르면 오는 7~8월 카카오뱅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가운데 기존 금융지주사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카뱅의 성공 모델을 따라 금융지주사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업계 주장이 나오지만 자칫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추진까지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7월 예정된 금융 당국의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도 평가는 산업·인가 정책에 따른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것으로, 은행업 경쟁도 평가는 지난 2018년 실시된 바 있다. 당시 시장의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혁신을 선도할 은행의 신규 인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신규 예비인가가 추진됐다. 올해 실시하는 경쟁도 평가에서도 시장의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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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선 데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에서 모바일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은행의 성공 가능성을 카뱅이 입증한 탓이다. 카뱅은 지점 한 곳도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만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생산성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뱅의 직원 일인당 총자산은 294억 원으로 경남은행(211억 원), 대구은행(200억 원), 부산은행(231억 원) 등 지방은행을 뛰어넘었다. KB국민은행(266억 원), 우리은행(273억 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의 디지털화를 아무리 추진해도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국내 A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 내 디지털 부서에 최대한 권한과 자율권을 줘도 예산·인사 문제, 내부 통제 등 때문에 빠른 속도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당장 점포를 줄이는 문제만 해도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 달리 자유로운 만큼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B 은행의 고위 관계자 역시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예·적금의 상품만 카뱅의 10배가 넘는다”며 “현 상태로는 (모바일 뱅킹의) UI·UX에서 기존 은행이 카뱅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실제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점쳐진다. 지금은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 설립에 긍정적이지만 실제 설립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당장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이 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폐쇄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C 은행의 관계자는 “고객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을 설립했는데 기존 고객이 단순 이동하는 데 그치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며 “이 같은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을 막으면서 인터넷은행의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인터넷은행에 지분 투자를 해온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을 직접 설립하기보다 기존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KB금융이 국민은행을 통해 카뱅의 지분 9.35%를, 우리금융이 우리은행을 통해 케이뱅크의 지분 12%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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