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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파월 자신감에 차분해진 시장…8년전 '버냉키 오판' 학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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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간) 하원 코로나19 위기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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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논리에 투자자들이 세뇌된 것일까.

지난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상 시기를 2023년으로 1년 앞당길 가능성을 제기해 충격을 받았던 시장이 다시 차분해졌다.

22일 미 하원 코로나19 위기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은 지극히 가능성이 낮다(very, very unlikely)"고 답변했다. 그는 현재의 물가 급등은 전례 없는 팬데믹을 극복해 나가며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일시적으로 오른 항공 요금, 호텔 요금, 목재 가격은 향후 몇 개월 내에 자체적으로 수급 균형을 찾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매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을 두려워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이 연일 전해지자 시장은 차분해졌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전날 0.05%포인트 급등했던 10년물 국채금리는 22일 전일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1.48%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장중, 마감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79% 오른 1만4253.27을 기록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최근 잇달아 '매파(통화 긴축 선호)'를 자처하며 조기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에 더 무게를 실었다.

FOMC 당연직 위원이자 FOMC 부의장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계속해서 파월 의장의 발언을 엄호 사격하고 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은) 한참 남은 미래의 일"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제 재개에 따른 단기적 불균형과 가격 역전 현상으로 올해 물가가 3%가량 오르겠지만 내년과 후년에는 목표치인 2%에 가깝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은 평온하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긴축을 시사하자 긴축 발작이 발생했다. 당시 시장은 대혼란에 휩싸였으며 국채와 정크본드 금리는 오르고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증시는 급락했다.

그러나 올해 신흥국 증시는 5% 상승했고, 정크본드 금리는 하락했다. 증시 변동성도 줄었다.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 논의에 돌입했음에도 과거와 달리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긴축 발작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연준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시장에서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3~2014년 긴축 발작이 남긴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 축소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완만히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는 것이다.

연준은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면서 미리 시장에 신호를 줬다. 또한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뛰어넘자 일시적인 기저효과라고 강조하며 정책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2013년 투자자들은 양적완화가 끝난 후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과거로부터 경험이 쌓인 상태다. 짐 보걸 FHN파이낸셜 금리 전략가는 "연준은 적어도 시장이 교훈을 얻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경제 재개, 재정부양책 기대감으로 국채금리가 미리 올랐다는 점도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다만 연준이 공격적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하면 시장에 위기가 한번에 밀려올 수 있다. 특히 물가 상승세가 잠잠했던 2013년과 달리 현재 인플레이션은 연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

연준 이사를 지낸 제러미 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파월 의장은 필요할 때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데 능숙하다"며 "시장이 지금은 평온하더라도 몇 달 안으로 파월 의장이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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