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中화웨이가 무서운 이유…런정페이 회장 "미국이 억압해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안보 갈등 국면이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그래도)미국에서 배워야한다"고 연설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5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76)가 연설한 내용이 27일 사내 온라인 포럼에서 공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지가 보도했다. 포럼에서 런정페이는 회사가 미국 제재 하에서 겪고 있는 도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직원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런정페이는 연설에서 내내 개방성을 강조했다. 해외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고 해서 세계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제재 이후 국내 시장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은 세계의 일부니, 우리이 세계화 속에는 국내 시장 공략도 포함된다"면서도 "우리는 폐쇄적일 수 없다. 우리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We cannot be closed. We must stay open.)"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유연한 인식을 드러냈다. 런은 "미국은 과학과 기술 모두에서 강하고 유연한 나라"라며 "우리는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억압하는 것이 우리가 미국을 '스승'으로 삼으면 안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런은 이런 사고는 "고립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미국을 배척하려는 시도를 단호하게 경고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회사이자 중국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제조업체였던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각종 사건에 휘말렸다. 화웨이는 미국 기술·서비스 기업과 관련된 제품 접근을 차단당했고,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를 매각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제재로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었고, 그 사이 샤오미, 비보, 오포 등 다른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약진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를 나눠가졌다. 화웨이는 자구책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스마트카 등을 신사업으로 삼아 기존의 2배 이상의 투자를 쏟아부었다.

런은 "(사업에서의)도전은 기본(the norm)이고, 회사가 해외 파트너들과 계속 잘 협업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어려움이 닥쳤다는 건 우리가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고, 우리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런은 연설에서 회사의 경영전략을 철학적인 수사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그의 연설에도 군사용어와 최근 핫이슈 등이 다양하게 포함됐다. 런은 CCTV에서 최근 방영한 TV드라마 '감성연대(The Awakening Age)'를 시청하라고 추천했다. 이 드라마는 공산당 창설 100주년을 맞아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룬다. 런은 "역사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어떤 시도도 쉬웠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런은 특유의 겸손한 자세와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런은 지난해 SCM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화웨이의 정신적 리더가 아니다"라며 "제일 큰 소원은 카페에 앉아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