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했고 면직안까지 속전속결로 재가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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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최 원장이 대권 도전에 나서면 감사원장 출신 관료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곧바로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거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처럼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내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최 원장이 국민의힘 입당과 대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시간은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하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정치 참여를 선언하거나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감사원장이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면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간 최 원장을 잠재적인 야권 대선 주자로 보고 러브콜을 보내 온 바 있다. 최 원장도 이날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출마를 선언하면 윤 전 총장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최 원장은 청와대를 정조준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에 소신 있게 나선 바 있다.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반문재인 정권의 상징성이 있는 것이다.
또 윤 전 총장에 대한 'X파일' 논란이 커지는 것도 '최재형 대안론'을 띄우고 있다. 최 원장의 미담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고교 재학 시절 몸이 불편한 친구를 업어 통학시킨 데다 두 아이를 입양해 자식으로 키운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최 원장에 대해 "그분은 아주 맑고 고운 분"이라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으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최 원장 부친이 6·25 참전용사인 점도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 야권의 가치와 맞는다는 평가다. 과거 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이회창 전 총재와 비슷한 점도 많다. 두 사람 모두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로 오래 재직했다. 정치 선언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야권 대선 주자 선호도 5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건 이 같은 잠재력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 원장이 대선 도전 결심을 굳힌다면 늦어도 8월 말에 시작될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경선을 시작하기 전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치 신인이라 뒷받침할 조직이 약하고 지지율이 윤 전 총장만큼 높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시점에서 감사원장직을 내려놓은 것 자체가 정치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대권 도전에 나설 거면 7월 말~8월 초에 입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중도 하차 후 정치로 직행하는 첫 감사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감사원장 출신으로 정치인이 된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쳤다. 감사원장의 정치적 독립성을 감안한 처신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원장은 세 차례 대선에 출마했으며 김 전 원장은 2014년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안정훈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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