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the300]정치철학 뜻 같이한다면서도 경선 참여엔 즉답 피해…빅텐트 주도권 놓고 기싸움 펼칠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계 '데뷔전'에서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모호성을 유지했다. 최대한 당 밖에서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밀당'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민의힘 입당, 절반의 긍정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가진 '윤석열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자리' 회견에서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과거에 탄핵도 겪었고 국민들이 보시기에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많으실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지성과 상식을 갖고 국가가 운영돼야한다고 생각하는분들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향후 국민의힘과 정치적 행동을 함께 할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구체적인 입당 시기는 못박지 않음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 최선의 입당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야권 지지층의 최대 관심사가 범야권 경선 구도란 점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답변이란 평가도 나온다.

━
이준석 "국민과 尹 뜻 일치"…밀당 본격화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인텝스 조사 결과 국민보고 및 미래비전 추진 계획 발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입당 관련 '절반의 가능성'만 내비치면서 향후 야권 빅텐트 주도권을 향한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기싸움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외부주자의 입당 여부와 관계없이 8월 말 당 대선 후보 경선일정을 시작하는 '버스 정시출발론'을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일단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을 긍정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홍준표 의원의 '인뎁스 보고대회'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언어가 정제돼 있고 고민이 녹아있는 연설이었다"며 "많은 국민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윤 전 총장의 뜻이 상당 부분 일치함을 확인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 신인'으로 기자들과 첫 질의 응답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정치를 처음 시작하는 윤 전 총장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쉽게 평가절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간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며 다소 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일단 정치참여를 선언한 마당에 윤 전 총장을 적극 끌어안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
尹 지지율·국힘 당내 주자·최재형 '변수'
━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지지율에 달려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이 당 밖에서 여전히 견고하게 지지율 1위를 고수한다면 8월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하지 않더라도 추후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노릴 수 있다.

문제는 지지율이 주춤할 우려가 상존한단 것이다. 최근 'x파일' 논란과 캠프내 각종 혼선으로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데, 공개 행보를 막 시작한 만큼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이 각종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1야당의 보호 없이 지지율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안팎 주자들의 부상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플랜B'로 평가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퇴하며 대권 출마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도 서서히 반등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입당 후 의미있는 수치를 나타낸다면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 입당 관련해선 반만 안개가 걷힌 상태"라며 "입당 문제로 시간을 오래 끌면 국민들이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안정적인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적이 없는 후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먼저 입당할 것으로 보이는 최재형 원장의 상승세도 변수"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