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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뭔 일 했다고 야근 달았냐?”… 보건소 간부 공무원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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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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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제 저녁 뭔 일 했다고 야근을 달았냐?”

전남 나주시 보건소 한 직원은 지난달 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한 과장급 공무원 A씨의 ‘갑질’에 대한 억울함을 쏟아냈다. 코로나19로 업무가 많아 야근을 하고 출근한 이 직원은 책상에 앉기도 전에 수고했다는 격려가 아닌 야단을 들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 갑질 폭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건소 다른 직원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실이나 옥상으로 불러내 수시간씩 훈계를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자기 편이 아니면 인사를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며 조직을 편가르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갑질을 폭로한 게시글에는 수십개의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다. 익명의 한 직원은 “직원들 앞에서 면박을 줘 자존심을 상해 혼자 눈물을 흘렸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1일 전남도와 나주시에 따르면 A씨의 갑질행위에 직원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아이디 ‘조합원’이 올린 ‘아직도 이런 일이 나주시 보건소에 있어요’라는 제목의 게시글 조회수는 1253회에 달한다. 이 게시글에는 “간부 공무원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추진해 놓고 무슨 일이 생기면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비판했다.

A씨가 휴일 사적인 용무에 관용차를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아이디 ‘포청천’은 “휴일 관용차로 결혼식을 다녀오다 사고가 났는데 보건소 보험으로 해결하고 자부담도 예산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이같은 갑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익명 신고함을 운영해 26건의 제보를 받았다. 이 가운데 갑질 신고사례는 16건에 달했다.

보건소장은 ‘직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제3의 길을 통한 의견제시보다는 동료 팀장, 과장, 소장 누구에게나 쉽게 의견을 제시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간부 공무원의 갑질 행위가 오랫동안 지속됐는데도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하기보다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주시 감사실은 지난 7일부터 보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담을 해 A씨에 대한 조사를 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갑질 의혹 글을 중심으로 사실 확인 작업을 했다”며 “일부 갑질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 A씨를 포함해 2명에 대해 지난달 22일 전남도청에 징계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전남도청은 나주시의 징계요구 의결에 대해 한달 내에 징계위원회를 열고 처리를 해야한다. 나주시 관계자는 “간부 공무원의 징계 사유는 직원에 대한 갑질과 관용차의 사적인 사용 등 2가지”라며 “관용차 사고는 사적인 업무가 아니라 코로나19 업무중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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