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국민소통수석 日 경제제재 당시의 청와대 비화 전해
'바둑 고수' 문 대통령 승부수, '소부장 독립' 자신감으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대다수 참모들의 의견이 반영된 메시지 초안을 본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박 수석은 "당연히 청와대는 분주했고 모든 단위의 회의는 긴장과 토론이 벌어졌다"면서 "국민적 분노와 다르게 청와대와 정부의 의견은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이었지만 결국은 정면 대응을 피하는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의 이러한 해법에 문 대통령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 수석은 침묵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참모들은 대통령의 침묵이 '대단한 분노'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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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석은 "전체적인 대일관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방향은 확실하게 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갈림길이었고, 나아가서는 소부장 수출규제를 촉발한 위안부 판결문제로 들어가 역사문제에 대한 우리 원칙과 자세로까지 이어질 순간이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본의 경제 제재에 정면대응을 하기는 어렵다는 현실론은 정부는 물론이고 청와대 쪽으로도 번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 수석은 "얼마간의 침묵 끝에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불려갔고,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통령의 말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마 바둑 고수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바둑의 승부처를 거론하며 청와대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바둑 둘 줄 아십니까. 바둑을 둘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지요.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나는 지금이 소부장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메세지를 건의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 스타일을 생각하면 예상했던대로 엄청난 질책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기술 독립의 길은 없을 것이라는 지도자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박 수석은 "소부장 독립은 '반일'과는 다른 우리 산업과 경제 '국익'이다. 산업경제적 예속을 벗어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이루려는 노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도 자신의 결단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왜 마음에 걸리지 않았겠는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함께 이겨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두려움을 이겨냈을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마침내 '소부장 독립기념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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