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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9,000원 땐 직원 줄여야"···영세 中企에 카운터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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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잉요구 쏟아내는 노동계

    주52시간에 인력 충원까지 필요

    "1만원 넘으면 열에 아홉은 폐업"

    뿌리산업 국내 인력 조달 어려워

    "외국인 봉급만 올린다" 지적도

    영업 정상화 더딘 자영업도 한숨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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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당 1만 800원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 중소업체 열에 아홉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1,000원만 올려도 영세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인건비는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습니다. 최저임금이 9,000원을 넘어가면 직원 수를 줄여야 하고 1만 원을 넘는다면 공장 문을 닫고 길에 나앉게 될 것입니다.”(경기 안산 자동차 부품 도금 중소기업 대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식당 매출은 30% 이상 줄었는데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폐업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서울 관악구 한 음식점 사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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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최저임금이 이달 중순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우려와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이미 절벽 끝에 내몰렸는데 최저임금까지 급격하게 인상되면 카운터펀치를 맞는 꼴이라는 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북 전주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A사의 대표는 “생산품의 80% 이상을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데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납품 단가를 올려 받을 수도 없는 처지”라면서 “수주 물량이 확보됐을 때 숙련공들이 필요한데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신규 제조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월산업단지에 있는 금속 가공업체 B사 대표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기업 특성상 야근이나 추가 근무가 잦은데 최저임금이 1만 원 이상으로 오르면 실제 체감 임금은 1만 3,000원 정도의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영세한 뿌리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9,000원으로 인상되면 상당수 근로자를 줄이거나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다”고 호소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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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기업체의 경우 기업주뿐 아니라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대량 실직을 야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50대 C 씨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 힘든 경영 여건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른다고 하면 이는 폐업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임금을 계속 올려서 중소기업들이 다 쓰러지고 나면 근로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영업 정상화가 더딘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서울에서 13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고정된 임대료로 대출금은 줄어들지 않고 코로나19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더 오른다면 식당 유지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구조에 외국인 근로자가 큰 축을 맡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속 관련 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뿌리기업의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봉급만 늘리게 된다”면서 “이들은 숙식 제공을 받고 소득은 본국으로 대부분 보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만 힘들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주 52시간제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까지 겹친 중소기업은 하반기 경기 호전 전망에서 채용에는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9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4.5%가 ‘채용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채용 예정은 23.6%, 인력 감축은 1.9%였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는 소상공인은 8.1%에 그쳐 인하(45.7%)보다 동결(46.3%) 의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구직자 대상 최저임금 의견 조사에서도 인상(36.2%)보다 동결(48.1%) 의견이 더 많았다.

    기업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1,007명에게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2%가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상 폭을 늘리라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근로자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며 “그만큼 식당 등 파트타임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위원회에 소상공인·근로자 등 최저임금의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들어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나 노동조합 등은 최저임금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현장에 맞게 업종이나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지만 이번에도 현실화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최소한 ‘동결’로 기다려달라는 게 공통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소상공인의 91%는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최소한 동결 결정이라도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전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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