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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천병혁의 야구세상'

[천병혁의 야구세상] 팀성적에만 목숨 거는 구단들…스스로 정한 룰조차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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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KBO, 코로나19 여파로 리그 중단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야구가 시즌 중 중단된다. 사진은 잠실야구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야구는 출범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단 운영은 '적자'라고 하소연한다.

구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모기업으로부터 받는 돈이 연간 200억∼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모기업이 없어도 네이밍 마케팅을 비롯한 각종 스폰서 유치를 통해 운영되는 히어로즈 구단과 비교하면 기존 구단들의 '적자 계산법'이 맞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팀명으로 활용되는 모기업의 네이밍 비용은 얼마나 될까. 모자와 유니폼 곳곳에 붙인 광고 패치는 과연 얼마일까.

어쨌든 야구단이 적자라고 하는데 구단 사장과 단장이 정작 신경 쓰는 분야는 마케팅이 아니다.

그들의 관심 분야는 오로지 '팀 성적'이다.

흔히 야구단 프런트 직원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팀 성적이 나쁘면 아무런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넋두리한다.

반대로 대충 일을 때워도 팀 성적만 좋으면 연말에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다.

사장, 단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적자를 내도 팀 성적만 좋으면 장수하지만, 마케팅을 열심히 하더라도 성적이 나쁘면 곧바로 잘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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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코로나19 여파에 긴급 실행위 열어 '리그 중단 논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실이 이렇다 보니 KBO 이사회와 실행위원회에서 대부분 안건이 팀 성적에 유불리를 기준으로 결정되곤 한다.

KBO가 12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초유의 리그 중단을 결정한 배경도 '팀 성적'이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선수단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1군 선수와 코치진 수십 명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구단인 NC와 두산 못지않게 이번 주 이들 팀과 붙지 않는 팀들이 리그 중단에 동조했다고 한다.

현재 단독 1위인 kt wiz는 이번 주 NC, 두산과 6연전이 예정됐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은 kt가 주전들이 대거 빠진 NC와 두산을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추가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KBO 이사회에서 판단한 공정성과 형평성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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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코로나19 여파에 긴급 실행위 열어 '리그 중단 논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팬들의 생각과 반응은 상당히 다르다.

KBO가 원래 규정대로 하지 않은 것이 불공정하다고 본다.

KBO 이사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을 작성하며 '구단 내에 확진자가 나와도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면,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있었지만, NC와 두산은 엔트리가 미달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팬들은 시즌 전에 정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부 구단의 편의대로 변경한 것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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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야구 관중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20여 명에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른 팀이 경기하는 시간에도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했던 구단은 결국 다른 팀보다 2경기 적은 58경기만 치렀다.

자가격리로 시즌 일정에 쫓긴 세인트루이스는 불과 43일 동안 53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강행군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세인트루이스가 이처럼 불리한 조건 속에 시즌을 치른 것은 팀 성적보다 리그 전체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전들이 대거 빠진 채 하루걸러 열리는 더블헤더로 인해 팀 성적이 엉망이 되더라도 시즌 완주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BO 리그 이사회도 40년이 지난 이제는 좀 바뀌었으면 한다.

구단 이기주의 원천이 되는 '팀 성적'에만 몰두하는 모습에서 정말 벗어났으면 좋겠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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