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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팀장, 갑질과 거리먼 사람” 서울대 미화원들 반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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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팀장님은 ‘갑질’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서울대 기숙사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청소미화원 A씨는 최근 노동계와 동료 청소미화원들이 기자회견으로 폭로한 ‘팀장 갑질 의혹’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렇게 반대 목소리 내는 게 무섭지만, 도저히 팀장님이 안타까워서 안 되겠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미화원 이모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 민주노총과 유족 등은 서울대 안전관리팀장 배모씨의 갑질 등이 원인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대 학생처장은 민노총 등의 갑질 주장에 대해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게 역겹다”고 비판했다가 보직 사퇴를 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13일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를 지시했다.



“단순 노동자 아닌 서울대 교직원으로 대우”



중앙일보

지난달 16일 열린 청소 미화원 회의. 미화원들 앞에는 배씨가 준비한 개인 명패가 놓여져있다. 미화원들은 등산복이나 바람막이 조끼 등 퇴근 복장을 입고 참석했다고 한다.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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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앙일보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다른 청소미화원들은 민주노총 등의 기자회견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과 유족이 ‘청소 노동자 회의’에 볼펜과 수첩을 가져오지 않으면 감점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청소미화원 B씨는 “오히려 배 팀장이 오고 나서 미화팀이 제대로 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게 됐다. 개인 명패도 만들어주는 등 팀장은 우리를 단순 청소 노동자가 아니라 서울대 교직원으로서 대우받는 느낌을 받게 해줬다”고 말했다. C씨는 “평가 시스템 자체가 없으니 감점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팀장님은 안 갖고 온 사람한테 펜과 수첩을 나눠줬다”고 했다.

배 팀장이 정장 차림의 복장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A씨는 “회의 때 ‘비록 미화 일을 하시지만, 작업복만 입지 마시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멋지게 입고 오세요’라고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는 등 청소 노동자에게 불필요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점수를 공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외국인도 많고 하니 육체적 노동하는 사람을 넘어서서 지식을 갖추자는 의도라고 설명해 줬고 그걸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글을 모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고 조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예고 없이 시험을 보는 등 밀어붙인 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시험은 대학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 팀장 본인이 자발적으로 미화원들에게 치르게 했다고 한다.



“갑질은 오히려 민주노총이…”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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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의혹을 받는 배모 팀장과 C씨의 카톡. 배씨는 자신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며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앞선 내용은 C씨의 신상이 드러날 위험이 있어 배씨의 카톡만 공개한다. C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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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지금 여론이 사람 하나(팀장)를 완전 병X 만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C씨는 “일을 시키고 팔짱 끼고 쳐다보고 있는 게 갑질 아니냐”며 “오히려 갑질은 민주노총이 하고 있다. 우리가 그쪽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팀장은 오히려 ‘힘든 거 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라며 곰팡이 제거나 더러운 거 치우는 것 등 험한 일은 혼자 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D씨는 “방임형이었던 전 팀장과 달리 배 팀장이 깔끔한 성격이라 쓰레기 하나 못 봤다. 자꾸 시키니까 다들 싫었을 것”이라고 했다.

E씨는 “우리 제초작업 부담을 덜어주려고 본인이 땀 뻘뻘 흘리면서 그 넓은 땅에서 혼자 깎았는데 이런게 어떻게 갑질이냐”고 말했고, F씨는 “팀장이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F씨는“휴게실도 점점 좋아져서 ‘이거로도 충분하다. 열악하지 않다’고 말해도 저쪽(민노총) 입김이 너무 쎄서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도 했다. C씨는 “우리는 정말 환경이 좋은 편이니 다른 아파트 경비원분이나 미화원분들을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청소미화원들과 동일하게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자체 채용한 무기계약직 직원이며 서울대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산하 지부의 소속 조합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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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열악한 환경의 휴게실'이라고 소개된 위 두 사진은 다용도실이다. 미화원 선생님 전용 스트레칭, 빨래 건조 등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래 두 사진은 다용도실 바로 옆 실제 휴게실. 에어컨과 냉장고가 모두 구비돼있다.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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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청소 이외의 것 심하게 단속”



이 같은 청소미화원의 이견에 대해 정성훈 민주노총 서울대시설분회 분회장은 “관악사 생활관에서 근무하는 미화원 16명 중 13명이 새로운 팀장이 업무 지시를 하는 방식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분회장은 “청소 노동자가 청소만 잘하면 되는데 청소 이외의 것들을 심하게 단속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씨가 숨지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 기숙사 행정실장, 부장 등 3~4명으로 구성된 인원이 청소 상태를 검열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 검열은 배 팀장 발령 전에는 없었던 절차로, 미화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씨의 한 미화원 동료는 노조 측에 이씨가 숨지기 며칠 전부터 ‘힘들고 얼굴이 많이 지쳐 보였다. 계속 멍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고인의 남편 이모씨는 “미화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학교 측은 갑질의 경중과 기간을 따지며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잘해보려고 했다는 의미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데 아픔을 겪은 사람은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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