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3사 '쩐의 전쟁'
카뱅 199.7만·케뱅 90만주 부여
출범 앞둔 토스 벌써 68만주 제공
"옵션 실행 때까지 이직 막는 장치"
못 받은 직원들과 형평성 문제도
급성장하고 있는 케이뱅크와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가 임직원에게 대규모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인터넷은행업계가 이른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이달 초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직원들의 성과 보상과 목적의식 고취를 강조했다. 벌써부터 1인당 얼마나 차익을 거둘지 해석이 나오지만 일부에서는 스톡옵션이 이직을 차단하는 족쇄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내부 경쟁을 자극하는 채찍으로 쓰일 수 있는 만큼 ‘스톡옵션=돈방석’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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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직원들에게 나눠준 스톡옵션이 지난 6월 말 현재 199만 7,200주 실행됐다. 이들은 2019년 3월 25일 배정받은 스톡옵션이 행사 가능해진 올해 3월 25일 이후 자신들의 권리를 실현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액면가 5,000원에 주식을 사들인 직원들이 확보한 이 주식은 기업공개(IPO) 이후 매도가 가능한 물량이다. 상장 후 소위 ‘따상’을 하면 직원 1인당 차익 실현으로 10억 원가량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인은 물론 경쟁사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액수다. 양 사가 직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서둘러 스톡옵션을 뿌린 이유이기도 하다. 케이뱅크는 이달 14일 임직원 320명에게 9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토스뱅크는 이보다 앞선 9일 입사 1주년이 된 임직원 30명에게 총 68만 주의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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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임직원도 카카오뱅크처럼 ‘대박’을 기대하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악의 경우 스톡옵션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성장세가 높지만 스톡옵션 실현은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다”며 “상장을 아예 못하거나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는 주식도 많아 무조건 대박을 보장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자기자본 2조 원 △법인세 차감 전 이익 1,000억 원의 조건을 충족해야 스톡옵션 실현이 가능하다. 사내이사나 업무집행 책임자의 경우 근속 기간이 5년 미만이면 최초 받은 물량보다 실행 가능한 스톡옵션이 줄어들 수 있다. 일반 직원은 조건이 더 까다롭다. 재직 시에만, 그것도 3년에 걸쳐 나눠서 스톡옵션 실행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조건을 충족하고 스톡옵션을 모두 실행하기 위해 언제까지 재직해야 할지 확정하기 힘들다. 직원들에 대한 포상인 동시에 인력 유출을 차단하는 좋은 수단인 셈이다.
토스뱅크도 직원 1인당 2만 주, 액면가(주당 5,000원) 기준으로 1억 원을 나눠줬지만 스톡옵션 행사는 2년 뒤부터 가능하다. 그것도 보유 물량의 3분의 2만 가능하고 나머지는 다시 1년이 더 경과해야 한다. 최소 그때까지는 회사를 다녀야 하고 그때까지 상장하지 않는다면 현금화 과정도 쉽지 않다.
스톡옵션이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임원급에게 배정된 물량이 크고 입사 시점에 따라 배정받지 못한 직원들도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내부 불화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52만 주,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는 90만 주의 스톡옵션을 갖고 있다. 직원 평균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회사에 대한 기여도 등에 따라 제공되는 만큼 전 임직원에게 균일하게 돌아갈 수 없고 근속연수에 따라 추가 제공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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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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