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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무리된 이스타항공 매각이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우선매수권자였던 지역 중견 건설사 성정이 인수자로 결정되며 스토킹호스 방식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국내에는 언제 도입이 되었는지,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Q. '스토킹호스'가 무엇인가요
스토킹호스는 기업을 매각하기 전 잠재 인수자를 내정한 뒤 경쟁입찰을 통해 다른 인수자를 찾는 인수·합병 방식입니다. 통상 기업의 인수합병(M&A)은 특정 기업과 1:1 협상을 진행하는 수의계약 방식, 일부 후보군과 접촉하는 제한적 경쟁입찰, 매각 정보가 공표되는 공개 경쟁입찰 등으로 구분됩니다. 제한적 경쟁입찰은 인수 의사가 크고, 자격을 갖춘 기업들만 입찰에 참여하게 되지만, 매물의 가치 역시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개 경쟁입찰은 모든 원매자들의 참여를 허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각 측이 우위를 갖게 됩니다.
스토킹호스는 인수자와 가계약을 맺은 뒤 경쟁입찰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식과 차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어원을 살펴보면 스토킹호스는 사냥꾼이 몸을 숨기고 사냥감에 접근하기 위해 '위장마'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경쟁입찰 결과 가계약을 맺은 우선매수권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원매자가 있으면 해당 기업에 우선협상자격을 부여하게 됩니다. 다만 우선매수권자는 입찰 이후 다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경우 스토킹호스 방식이 채택되나요
대부분 스토킹호스 방식은 회생, 파산 상태에 있던 기업의 매각에 사용됩니다. 회생절차가 마무리된 기업은 법원 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는데, 공개 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 스토킹호스 방식은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회생·파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으로 출범하며 국내에 도입됐습니다. 이후 경쟁입찰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한 회생기업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주로 스토킹호스 방식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Q. 스토킹호스로 입찰이 진행된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첫 사례는 회생법원 출범 직후 있었던 삼표시멘트 지분 매각이었습니다. 당시 서울회생법원 파산1부가 동양인터내셔널의 회생을 진행하며 회사가 소유한 삼표시멘트 주식 2049만주(19.09%)를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당시 삼표시멘트 지분 매각은 2016년부터 추진됐으나 두 차례 실패한 상태였는데, 스토킹호스로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스토킹호스는 회생기업의 매각 절차에 빈번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STX건설, 코아옵틱스, STX조선해양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Q.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실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거래 종결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회생 기업은 대부분 재무 상태가 좋지 않고, 채무관계가 불명확한 한계기업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공개매각을 주도하는 법원의 경우 기업의 회생이 목적이기 때문에 매각 과정을 문제 없이 마치는 종결성이 가장 큰 고려사항이 됩니다. 미리 우선매수권자를 정하고 이를 내세워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은 참여자의 부재 등으로 매물이 헐값에 팔릴 위험을 방지할 수 있고, 흥행 가능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경쟁입찰 과정에 참여자가 없더라도 인수후보자가 미리 선정되었기 때문에 딜 자체가 틀어지지 않고, 입찰에 다른 후보자들이 참여한다면 오히려 가격은 높아지게 됩니다. 최근 진행된 이스타항공 매각에서도 입찰 이후 인수 가격이 높아졌습니다. 당시 우선매수권자는 중견기업 성정이었고, 입찰에는 쌍방울그룹이 응찰했습니다. 쌍방울 측이 1100억원가량의 인수금액을 제시하자 성정 측은 약 100억원을 추가로 제시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했습니다.
단점도 존재합니다. 우선매수권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적절한 원매자가 인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STX건설의 경우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지난 2017년 코리아리츠에 인수됐지만, 올해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과거 인수 주체였던 코리아리츠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에 사모사채를 활용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현재 법정다툼이 진행 중입니다.
안준호 기자 aj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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