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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킹크랩’ 시연회 참석...김경수 운명 가른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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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안내 문서 출력시점, 김경수 방문일과 일치

대법원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여론조작’ 가담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 1,2심 내내 공방이 벌어졌던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점도 사실로 굳어졌다.

21일 1,2심을 포함한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허익범 특별검사가 김 지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두 가지다. ‘드루킹’ 김동원 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포털사이트 여론을 조작하는데 이 내역을 김 지사가 상세히 보고받았고, 승인했다는 게 주요 혐의다. 이 과정에서 김동원 씨의 요청에 따라 일본 오사카나 센다이 총영사 직을 거래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지사가 실형을 확정받게 된 주요 원인은 여론조작 가담 부분이다. 특히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의 드루킹 일당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을 2016년 6월에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소개받고 처음 대면했다. 송 전 비서관은 드루킹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발돼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았다. 김 지사는 2018년 2월20일까지 총 11차례 따로 김동원을 만났다. 대면만 11차례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대화는 수시로 이뤄졌다.

허익범 특검팀이 확보한 물증 중에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자 우모 씨의 전화기가 있었다. 이 스마트폰 로그 기록을 보면,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날 오후 8시7분15초~오후8시23분53초까지 약 16분 동안 우 씨의 전화기에서 킹크랩이 작동됐다. 자동으로 여러 개의 아이디가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며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하는 작업이 9차례 반복됐다. 법원은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우 씨의 진술이 믿을만하다고 봤다. 전화기 모델명이 정확히 일치하고, 로그기록도 당시 정황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했다.

반면 김경수 지사 측은 우씨가 ‘시연’을 한 게 아니라 ‘개발자로서 테스트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씨는 “시연일(11월9일)이 예정돼 있어서 개발을 서둘렀다”고 증언했다. 법원 역시 휴대전화 로그 기록에 남은 킹크랩 구동 내역은 테스트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연이었다고 결론냈다. 김경수 지사의 방문 이틀 전에 이미 개발이 끝났고, 테스트 횟수도 줄어들었는데 보여줄 의도가 없었다면 갑자기 방문 당일 집중적으로 9차례 테스트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이 출력한 ‘201611 정보보고’ 문서도 유력한 증거가 됐다. 문서 파일을 최종 수정한 시점은 11월9일 오후 5시02분, 인쇄한 것은 그 이전인 오후4시55분으로, ‘킹크랩 시연회’ 약 3시간 전이었다. 여기에는 경공모가 온라인에서 활동할 계획과 댓글 작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극비’라고 표시된 마지막 항목에는 킹크랩 운용과 개발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었다.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회를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면 이 문서를 출력할 이유가 없는 셈이었다.

2018년 8월 기소된 김경수 지사 사건은 3년여 만에 댓글조작 가담 혐의가 사실로 확정됐다. 당초 대법원이 심리를 지연해 내년 대선 이후로 결론을 미루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상고심 접수 7개월만에 결론을 내렸다. 판결을 선고한 대법원 2부는 지난 5월 재판부 구성이 바뀌었는데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선고기일을 잡았고, 이로 인해 업무방해 혐의 유죄 결론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좌영길 기자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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